직장인 극단 만들기를 실패하다

꿈과 달랐던 현실

by 설탕우유

1. 소모임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닌 우리에게 공연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는 남아 있었지만 한 번의 실패가 있었고 실패의 원인을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는 결론을 냈던 우리는 조금 더 잘 맞는 사람들을 모아 공연팀을 꾸려보기로 했다. 뮤지컬이 아니어도 좋으니 기회가 되면 연극을 올려보자는 작은 포부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소모임이라는 직장인들의 취미와 모임을 연결해 주는 어플을 통해 팀의 이름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변의 관심 있는 사람들을 엮어 2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대 팀을 구성할 수 있었지만 20대의 직장인들의 삶은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여유롭지 않았다. 사회초년생 그리고 취업준비생들이 섞여있던 이 팀은 너무 빠르게 방향성을 잃고 표류해 버렸다.


팀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팀을 만들어 결제까지 했던 단장이 직장 생활에 바빠 모임을 나오지 못하게 되자 남은 사람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 채 따로 놀기 위한 모임을 이어가게 되었다. 계속 모임과 술자리의 반복 그리고 더 이상의 공연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았다.



2. 그때의 실패를 돌아보며


당시 공연팀이 시작을 못하게 되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다른 문제도 있었다. 연극을 해보자는 목적으로 팀을 만들었지만 들어오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목적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아주 적극적이고 준수한 외모였던 팀원을 받고 기대감에 찼는데 그 친구의 목적이 공연보다 이성과의 만남이 중점이었다는 것을 얼마가지 않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팀 내 여자애들에게서 그 친구를 향한 불만이 새어 나왔고 바쁜 단장에게 이 소식을 알려 그 친구를 팀에서 내보내게 되었다. 모임이라는 곳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또한 대학생 모임 활동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점이었지만 직장인 모임으로 바뀌니 사람들의 목적이 조금 더 뚜렷하고 명확하게 보이는 점이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팀을 결국 이어가는 것에 의미가 없겠다는 판단으로 단장을 제외한 팀원들이 모두 동의하여 단장에게 팀을 해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고 단장은 자신이 만든 팀이라 모두 나가도 좋지만 팀원이 없더라도 그대로 소모임에 팀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기에 우리가 모두 조용히 팀에서 나왔다. 이후 우리의 모임은 점점 뜸해지다가 자연스레 만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cosmos-1853491_1280.jpg 그때 하늘을 보던 그 순간만큼은 기억 속에서 오래 남았다. 사진 : 픽사베이


3.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일 뿐이다.


팀의 와해는 아직까지는 이런 경험이 없었던 내게 조금은 충격이었다. 팀을 만들면 쉽게 없어지지는 않는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렇게 시작도 못해보고 와해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연극은커녕 연습실을 빌려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끝나고 말았던 우리의 모임.


다만 기억났던 것은 아주 날씨가 좋았던 계절에 펜션을 잡고 함께 놀러 간 곳에서 다들 밤늦게 하늘 위에 쏟아질 듯한 별들을 쳐다보며 함께 누워 '우리 공연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그리던 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던 감정이지만 이제는 이해하고 또 어쩌면 그만큼 가벼운 만남과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난 이후로 더 많은 모임의 경험을 했었고 또다시 다음 모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헤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때는 잘하지 못했던 놓아주기를 이제는 미련을 남기지 않고 보내줄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지는 시간들이 흘러왔다는 것을 느낀다.



https://youtu.be/yQKlANBKSjQ?si=DEjlSqUZcMzgQdrX

일 테노레 - 꿈의 무게


가네 멀어지네

빛바랜 희망이 됐네

나의 찬란하던 꿈이여


내겐 전부였네

무겁게 짓누른대도

홀로 기꺼이 온전히 짊어졌던

꿈의 무게


가네 멀어지네

빛바랜 희망이 됐네

나의 찬란한 흉터가 된 꿈이었네


내겐 전부였네

무겁게 짓누른대도

홀로 기꺼이 온전히 짊어졌던

소중했던 꿈의 무게


이젠 나의 지친 몸을 쉬게 허락해 주오

내 마지막 이 노래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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