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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팅 앱 사용자 Sep 13. 2024

영국에서 밥 먹기

편지 7. 9월 17일

언니에게


언니 잘 지냈어? 난 영국 여행 잘 마치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왔어. 피렌체는 예술, 역사의 도시였다면 런던은 신사적이고 현대적인 도시였어. 런던에 가서 나는 피렌체에 없는 체인 음식점과 카페를 보고 흥분해서 많이 먹어 결국 배탈이 나고 살도 쪘어. 일주일 만에 2kg이 찌는 기적을 이루어냈지. 아침엔 한인민박의 푸짐한 한식, 간식으로는 몰티져스 초콜렛,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커피, 또 간식으로 케이크와 달달한 음료, 저녁엔 맥도날드 햄버거 혹은 피쉬 앤 칩스…… 정말 잘 먹었어. 런던에 초밥 체인점도 굉장히 많아 호기심에 sushi&go라는 곳에서 한번 먹어봤어. 맛은 충격적으로 없었어.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을 추전해 주고 싶을 정도였지.

 


내가 갔을 때 템즈강 근처에 임시 개설한 놀이공원이 있었는데 그곳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어. 처음 보는 남자여도 그 길을 함께 걸으면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곳이었지. 나무는 파란색 흰색 불빛으로 장식되어있고, 노란색 전구들이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를 연결해 주었지. 작은 빛의 조각들이 일렁이는 검은 강물에 반사되어 분위기를 더해줬어. 영화 <About Time>에서 팀과 메리가 데이트하던 런던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 런던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 더 아름다운 도시 같아.



브라이튼의 seven sisters로 근교 여행도 갔었어. 7개의 절벽으로 이루어져 세븐 시스터즈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야. 절벽을 이루는 돌은 하얀 석회로 창백한 절벽과 바란 파다가 어우러져 굉장히 영험해 보여. 사람들은 예전에 여길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다는데 정말 그런 장엄한 분위기가 어려있는 곳이야. 그런데 생각보다 절벽 위는 똥밭이라 편하게 누울 수는 없었어. 잔디밭에 개똥, 염소똥, 소똥이 마구 뒤섞여 있어. 내가 똥 때문에 풀밭에 앉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하면서 계속 안절부절못하는데 같이 온 은이가 먼저 멋있게 척 누웠지. 그래서 나도 용기를 내서 따라 누웠어. 옷은 나중에 빨면 되니까. 어쨌든 만약에 런던에 온다면 근교 여행으로 브라이튼 정말 추천해! 


-은경이가



P.S 

내가 저번 일기에서 카놀리에 대해 썼잖아? 카놀리는 과자 안에 리코타 치즈를 넣은 시칠리아 전통 디저트래. 내가 중앙시장에서 먹은 아이스크림이 섞인 퓨전 형태였어. 아, 진짜 맛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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