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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퍼시인 Oct 22. 2024

2. 서핑이란 일상 속 숨어있는 문학

서핑의 매력(feat. 정호승 시인의 '결빙')

결빙     


-정호승-     


결빙의 순간은 뜨겁다

꽝꽝 얼어붙은 겨울 강

도도히 흐르는 강물조차

일생에 한번은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몸을 이루는

순간은 뜨겁다          




2022년 8월 한 번의 서핑 체험을 끝낸 뒤 나는 고뇌에 빠졌다. 다시 서핑이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주변에 서핑하는 친구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서핑하고 싶다는 욕망만 있을 뿐.     


어찌어찌 또 다른 친구를 구했다. 송정해수욕장 서핑샵에 다시 강습을 예약하고 친구와 갔다. 이날도 처음과 마찬가지로 바다에 빠지고, 빠지고, 빠졌다. 하지만 어쩌다가 서핑보드 위에 서서 바람을 느끼며 파도를 타는 경우가 있는데 서핑이 끝나도 그 황홀감은 잊히지 않는다. 이것이 서핑의 매력인가. 아니다. 서핑의 매력은 너무 많다. 넓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햇살, 바다에 빠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자유로움.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 모든 것이 바다 위에서 어우러져 아주 아주 맛있는 비빔밥이 된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그야말로 완벽한 순간을 만끽한다.     


하지만 즐거움과는 별개로 나의 서핑실력은 완전초보. 쌩초보. 내가 봐도 어색한 자세 그 잡채. 두 번의 강습을 무사히 끝내고 친구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야, 서핑 정말 재밌지 않냐?”

“음... 난 잘 모르겠던데. 뭐. 네가 즐거워해서 좋았다. 근데 나도 재밌긴 했는데 또 할 것 같지는 않아.”

“음... 사람마다 느끼는 건 참 다르네.”     


그래.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르다. 나는 정말 황홀하고 즐거웠는데, 나랑 같이 강습받았던 친구들은 다 ‘그냥 그랬다’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나와 같이 강습을 받아 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앞으로는 혼자 서핑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나의 부탁을 들어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나는 그날 ‘결빙’이라는 시가 생각났고 다시 음미했다. 나는 시에서 말하는 결빙의 순간을 체험했다. 나의 서핑 실력은 아직 형편없고, 친구들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 앞으로 혼자서 어떻게 서핑을 해나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뜨거운 순간을 경험했다. 비빔밥처럼 어우러지는 서핑의 매력을 느꼈던 그 순간이 ‘일생에 한 번 모든 흐름을 멈추고 서로 한 몸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제 바다와 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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