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 갈 나이,
엄마와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다.

by 장소연


서문


이제는 해외여행이 너무 보편적인 경험이 됐다. 더구나 TV에는 틀기만 하면 해외로 떠난 여행 예능이 나라별, 테마별로 나오고 여행 정보를 얻고자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생생한 꿀 팁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인지라 ‘엄마와 떠난 유럽 여행’이 썩 대단한 소재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 포스터
텐트밖은.jfif 텐트밖은유럽 포스터


그럼 왜 나는 그다지 대단치도 않은 이 짧은 여행에 대해 쓰기로 했을까. 단편적으로는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들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자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고, 또 다른 이유는 이 대단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보편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 SNS에서는 “부모님 해외여행 시무 10조”라는 게 유행했다. 그 내용에는 “아직 멀었냐 금지, 음식이 짜다 금지, 이 돈이면~ 어쩌구 금지”등 웃프지만 누구나 공감할 법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 역시 보면서 크게 공감했는데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비슷한 에로사항을 겪는 구나 싶었다. 동시에 ‘왜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하는 건 어려울까?’ 궁금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성인이 되어도 ‘어른이’로 살아가는 우리가 비교적 처음으로 부모님과 역할 반전을 겪는 순간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나이 든 부모님과 머리가 커버린 나의 생각이 부딪히며

“아 우리 엄마 (혹은 아빠) 왜 저래~”하는 순간들이 온다.


다만 일상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마련. 그러나 여행에서, 특히 해외여행에서는 다르다. 언어적 장벽과 부모님 세대가 자란 시대적 환경에 따라 해외여행을 가면 우리는 보통 하나부터 열까지 나에게 의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예전보다 오래 ‘청년 시기’를 누리는 요즘의 내 또래들은 부모님의 ‘나이 듦’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부양자’와 ‘피부양자’의 관계가 반전 되는 상황을 처음으로 겪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 경험은 부모님도 우리도 그렇게 유쾌하지 않아서 결국 갈등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여행 후에 친구들과 에피소드를 나누면 모두가 비슷한 무용담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는데 그 절절한 수다와 공감이 이 여행기를 쓰게 한 원천이 되었다.


아, 그렇다면 이 여행기는 엄마를 모시고 해외여행을 떠난 효녀 이야기냐고? 글쎄. 남들은 신혼여행으로 가는 유럽에, 함께 갈 여행 메이트가 ‘환갑이 넘은 엄마’뿐인 30대 딸을 둔 엄마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