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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존재

에필로그 5-3

by 희수공원 Feb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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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글로 사람을 살게 합니다.

글은 명을 길어오는 강입니다.  

지금 제가 사는 곳이 그 강입니다.




책이 꽂힌 곳이면 뛰어가 찬찬히 제목을 읽습니다.


대형서점, 독립서점, 천장 끝까지 책이 꽂힌 이곳저곳의 상업 도서관, 지역 곳곳마다 그 나름의 주제와 이야기를 품고 예쁘고 독특한 제목을 가진 도서관, 책이 있는 공간은 어디나 좋습니다. 마치 경의를 표하듯 책꽂이 앞에 서서 아직은 펼쳐보지 않은 책들을 상상합니다.


그것 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어요. 이 많은 책들 속에는 그만큼의 작가들이 있다는 것을 글을 쓰면서 느끼게 되었어요. '책'이라는 상자 안에서 천진하게 놀던 아이 때부터 최근까지 그 책을 지은 작가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그저 좋아서 끌어안고 살다가 이제야 작가들을 만나며 생각합니다.


책을 진심으로 읽는 사람이라면 선택한 책 한 권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다른 사람이 쓰레기라고 폄하하는 책이라도 자신에게는 단 하나밖에 없는 삶의 보물이 될 수 있지요.


책꽂이에는 두툼한 책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자극적인 원색의 표지들이 자태를 뽐냅니다. 그들 사이에 작고 얇은 한 권의 책이 삶을 풍성하게 수놓을 수 있습니다.


용기가 필요할 때, 사랑에 갈증 날 때, 가슴이 허전할 때, 감성에 음이 투명해질 때, 지식이 필요할 때, 그 언제든 책은 온전하게 자신의 편에서 응원을 해주는 지지자가 니다. 그럴 때 다시 살게 하는 작가의 통찰을 새롭게 만날 수도 있습니다.


처음 제게 붙은 '작가'라는 타이틀에 펄쩍 뒤로 물러났던 낯섦을 기억합니다. '작가'라는 그 단어 하나가 품는 의미와 가치들이 세상에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람들이 '작가'라는 위치를 두고 얼마나 구별하고 차별하고 경멸하기를 좋아하는지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타인으로부터 오는 우울한 비관들, 불평들, 쓸데없는 자만심들을 뒤로하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발행'이라는 버튼을 누르는 순간 태어나는 작가를, 그들의 삶을, 누군가는 반드시 읽는다는 거예요.


그런 처음의 발행이 종이책으로 이어져 실현되어 읽히는 문장들공허에 눈이 비었던 그의 시간을 감동으로 채우고, 상처에 어쩔 줄 모르고 아파하던 그녀를 새롭게 시작하게 니다.


저는, 제가 가진 시간의 용도를 저울질하느라 투고를 위한 과정들,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건 제 몫이 아니라 느꼈어요. 그러다 불쑥, 제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갖춘 소장용 책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살짝 이상한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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