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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밀려 와서

멈춤

by 희수공원 Mar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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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는 사람들의 다정함이 고파서 문득 멈칫대다가 그래 일단, 발로 문을 뻥 찼다.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많구나 그래서 그 아픔이 글에 종기처럼 붉게 솟아나는구나, 그랬다.


뭐라도 말해주고 싶은데 저기요 여기에 제가 서 있어요 손 내밀고 싶은데 만난 지 십분 쯤 된 것 같아 내 손을 마음속에 꾹 묶어둔다.


함부로 다가가지 마, 너무 오래 쳐다보지 마, 마음으로 내려놓지 마, 젖은 시선 보내지 마, 헤퍼. 


내 사는 방식인데 어떤 때 마구 헤프고 싶다. 사람들이 세상 어느 구석으로 분주히 숨어 버리고 에이아이의 아이로 다시 빼꼼하게 태어난다.


따뜻한 사람, 온기가 필요한 곳에 마구 엎어지고 싶은데 나, 꼭꼭 숨어 차가운 카페 구석에서 세상 눈치를 본다.


여긴 괜찮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테니까.


하얗게 거칠게 말리는 파도 같은 삶을 타면서 내키는 대로 손 닿는 대로 길도 아닌 곳을 헤매며 산다. 무모하다 해도 무모해버리고 마는 어리숙함 안도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글을 쓴다. 무지렁이 같은 그 글을 써서 사람을 만난다. 읽으며 마음 놓고 쏟는다.


쏟으며 마음껏 불안하다. 경기 난 아이처럼 딸꾹질을 하고 있다. 첫 경험은 언제나 쓰라렸다. 째깍거림이 너무 커서 초침이 심장을 향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서 계속 그랬다.

쏟을 줄 몰랐다면서 맘껏 흘렸다.

거기서 하늘 보면서 흠뻑 울었다.

 

떠나 온 곳으로부터 따라온 일들을 가만 덮어두고 어그러질 대로 어그러져 하얗게 백지가 된 하루가 살금살금 제 금을 하나씩 지나며 어김없이 가고 있다. 분침의 느림을 그리워한다. 느릿느릿.


바람이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날에는 세상과 같이 흥분해서 내 바람도 띄운다. 비가 그치지 않아도 괜찮아. 서 있지 못하다가 날려가도 괜찮아.


그런 바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바람에 떠돈다. 오늘은 그저 정처 없기로 했다.


아무것도 없는 날

존재로서 빛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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