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오늘도 야근이다. 모니터의 빛은 빛이 가진 그 본연의 따쓰함과 밝음을 잃은지 오래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애써 비벼가며 흐린 눈을 하며 못 다한 일을 책상 저편으로 밀어낸 뒤 퇴근을 한다.
퇴근길을 맞이하는 것은 차가운 바람과 텁텁한 공기들이지만 이러한 순간들은 어느 순간 나에게 고3 시절을 떠올리게한다. 고3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었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더 자주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을거다. 그럼에도 집에 가는 길은 항상 즐거웠는데, 그 이유는 오늘의 고단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내일의 우리는 서로가 꿈꾸는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년 전의 나는 목표가 없었다. 실습학교에 와서 하루하루 살기가 바빴고, 버텨야 하는 시간이 5년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도착할 지 모르는 이 기차안에서 나홀로 존재하지 않는 정착역을 기다리는 삶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힘들었고, 누구에게도 이러한 삶을 추천하고 싶지가 않았다. 목표 없는 삶이란 나를 행복하지 않게 만들뿐더러, 나의 하루하루를 소중하지 않게 생각하게 만드니까.
올해도 역시 야근중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3, 4월만 참자며 나 스스로가 나를 설득하고, 내 옆에는 괜찮다며 항상 응원해주는 와이프가 있다. 나는 이러한 삶이 싫지 않다.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늦게 와서 밥을 제 때에 차려줄 수 있다는 와이프가 있고, 그러한 와이프의 뱃속에는 아빠와 엄마를 기다리는 레몬이가 있다. 나에게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나의 삶을 더 의미있게 만들어주고, 더 이상 나를 지치지 않게 한다. 억지로 지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와이프와 레몬이를 생각하면 정말 행복하게도 지칠 여유가 없다.
이제 세 달 가량이 남았다. 오늘도 와이프 배를 만져가며 레몬이에게 말을 걸지만, 벌써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아 보이는 레몬이는 차던 발을 멈춘다. 레몬이가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선물했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레몬이가 준 새로운 세상은 생각보다 더 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