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 2~3년차
2~3년차
군대에서도 나름 실세를 형성하기 시작한다는 일병. 2년차가 되니 실습학교의 일병이 된 나는 실세가 되는 기분이었다. 작년 3월에 초과근무를 밥먹듯이 하며 어둑어둑해진 뒤에야 퇴근하던 나의 모습을 이제 막 새로 전입온 선생님들의 모습에 비춰보며 이등병을 보는 일병처럼 묘한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익숙해져서 좋았다.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수업에 대한 요령이 생겼다고 생각했고, 덕분에 연구 성과도 내기 시작했다. 또한 두려움의 원천이었던 공개 수업을 앞두고도 이제는 크게 긴장하지 않고, 으레 있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흘려버리는 요령도 생겼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날것이었던 1년차때의 수업이 더 마음에 들었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때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하나하나 고민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고, 수업이 끝날 때마다 ‘이렇게 하면 더 나을까? 저렇게 바꿔볼까?’ 고민했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물론 지금도 하나의 수업을 만들기 위해 여전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작년의 나에 비해서는 이미 익숙함의 늪에 빠진 상태이다.
이러한 익숙함의 모순을 잊게 해주는 건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이다. 1년차에는 보이지 않았던 주변이 2년차에는 보이기 시작했다. 고민이 있을 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들, 사소한 실수에도 함께 웃어주는 동료선생님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라고 말해 주는 우리반 아이들까지. 그리고 빈말이라도 1년차의 나의 수업과 내가 좋았다며 사랑의 말들을 대롱대롱 매달고 찾아오는 졸업생들. 혼자였다면 익숙함의 늪에,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로 피폐해져갔을 2년차가, 함께 고민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 덕에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3년차. 여전히 익숙함의 모순 속에서 고민중이지만, 나의 시선을 점점 외부로 돌리려 한다. 이제 막 한 달이 지났고, 또 새로 전입 온 선생님들은 내가 했던 1년차의 생활을 잘 해내고 있다. 이젠 그들을 보며 우쭐대거나 우월감을 뽐낼 생각은 없다. 다만 나도 그들에게 좋은 주변의 사람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