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

by 영복

남을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 와이프가 가끔 나에게서 부러워 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내가 가진 방학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방학에 출근하는 자신과 늦잠을 자는 나의 모습을 비교하는 순간이다. 나도 이 순간이 박봉인 내 직업 안에서 남이 부러워하는 몇 안되는 순간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와이프 앞에서 내가 가장 슬퍼지는 순간들, 슬퍼지는 날을 고르라고 하면 바로 개학전날이다.

초등학교는 여름방학보다 겨울방학이 유난히 길다. 지쳤던 1년을 마치고 주어지는 긴 겨울방학의 시작은 정말이지 그 달달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즐거움이 깊어지면 그 대가도 커지는 법. 매년 2월 막바지부터 나의 마음은 불안함이 극에 달한다. 올 2월 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3월부터 닥쳐올 수 많은 공문과 밀린 업무들을 생각하면 출근이고 뭐고 아주 깊은 동굴에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개학 전날. 나는 하루 종일 슬퍼했고, 그 모습을 본 와이프는 나를 위로해주었지만 위로해주는 표정은 위로의 진의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12일.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막상 개학을 하고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고 교실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면서, 밀린 업무와 수 많은 공문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올해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긍정의 마음이 일었다. 이 마음 안에서 따뜻해지는 날씨, 퇴근 후에 와이프와 보내는 꿀같은 시간, 그리고 규칙적으로 하는 운동들, 그 운동 후에 먹는 시원한 맥주는 사소하지만 내 삶을 행복으로 채우고 있었다. 3월을 지레 겁먹었지만 결국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었고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들이었다.

레몬이는 7월에 세상에 나온다.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육아 선배들은 우리에게 저마다의 조언을 건넨다. 그 조언 중에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앞으로 못 잘테니 지금 푹 자둬라.' 등 육아를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육아가 힘겹게 느껴지게 하는 말들이 종종 있다. 물론 우리 부부 모두 새 생명을 키우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고 처음 하는 일이라 시행착오가 있을테고 때로는 쉬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는 선택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착오 속에서 우리 가족만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시작하기 전부터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요즘 와이프는 출산 후 필요한 용품들을 정리하고 있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레몬이가 지낼 집을 한창 청소중이다. 나도 레몬이에게 좋은 분유라도 먹이기 위해서 열심히 강의 자리를 알아보고 여러 수당을 벌 기회를 얻으려고 노력중이다.

우리의 인생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우리의 육아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레몬이와 우리 세 가족의 인생이 우당탕탕 갈지라도 결국 그 끝은 행복에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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