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
아빠와 엄마는 지난 주에 레몬이를 보러 병원에 갔어. 여전히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누워서 보내는 엄마는 오랜만의 나들이에 신났고, 그 나들이에서 레몬이를 만난다는 사실에 더 기분이 좋아보였어. 또 한편으로는 이제 레몬이에게 엄마가 조금이라도 일을 슬슬 시작해도 되는지의 기대 섞인 허락을 품은 엄마의 모습은 많이 설레보이기도 했어.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마치고, 생각보다 빨리 의사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어. 여전히 너는 잘 자라고 있었어. 주수보다 다리가 약간 짧다, 그리고 주수보다 머리는 좀 크다 하는 말들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지. 우리에게 중요한 건 과연 엄마가 이제 출근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 대한 의사선생님의 답이었어.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No."였어. 생활할 때는 고인 피가 많이 흡수되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처럼 보였지만 초음파로 본 레몬이 집 주변의 모습은 아직도 일정량 이상의 피가 있더라고. 엄마는 다시 집에서 근신하기 처분을 받았단다.
엄마는 많이 실망한 눈치였어. 오죽하겠어. 거의 2달째 집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도 최소한의 활동량으로만 생활하는데 안 답답할 수가 있나. 그리고 요즘은 레몬이가 쑥쑥 커서 그런지, 엄마는 저녁에 소화도 잘 안되는 것 같아. 어제 밤에는 새벽 2시까지 못 자더라고...아빠가 대신 힘들어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참 속상해. 아빠는 이제 개학이라 집에 혼자 있는 엄마 신경도 많이 쓰이고, 학교도 바빠지고 이래저래 심란하구나.
이런 아빠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요즘 레몬이 너는 엄마의 뱃 속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것 같더라. 그 동안 엄마만 어렴풋이 느낀 생의 움직임을 어제는 아빠도 처음으로 느꼈어. 엄마 배에 손을 살살 올렸더니 너의 발? 손?으로 추정되는 어떤 부분이 아빠의 손을 툭툭 치는거야. 사소한 움직이지만 너의 온 힘을 담은 이러한 움직임은 세상 무엇보다도 크게 느껴지고 이런 행복은 엄마, 아빠에겐 모든 어려움과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 이제 반 넘게 왔구나. 엄마, 아빠는 더 노력하고 더 기다릴게. 지금처럼 행복하고 활발하게 쑥쑥 자라렴. 7월 중순에 시작될 우리 셋의 동거를 앞으로 모든 행복의 이정표로 만들어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