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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12. 2019

밤을 기웃대다 얻은

                                                                                                                              

삶에서 빛보다 어둠을 좀 더 잘 보는 편이다. 잘 본다는 게 능력이 되면 좋으련만 오히려 역공을 당할 때가 많다. 지레짐작으로 지나치게 앞서가고 넘어지고 피가 철철 흐른다. 어느 순간 내가 그 짓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힘들단 생각이 떨쳐지진 않았다. 모든 불안은 밤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시초엔 내가 서 있었다. 


밤은 낮과 달리 길기만 했는데 그래서인지 유독 밝을 때 느꼈던 처참한 감정을 더 끌어안아 파헤쳤다. 잔뜩 예민해져 스스로에게도 날을 세웠고 머릿속은 시끄러운데 정돈되지 않아 불같이 화만 냈다.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으며 변화하려는 노력도 잠시일 뿐이었다. 

유독 감정에 예민해 이 단어의 시작이 궁금했다. 나의 시작은 궁금하지 않지만 감정은 이상하게도 그 시작이 궁금했다. 어떤 모양을 하고 변형돼서 나타나는지 앞으로도 변화할 모습들이 남아있는지 전부 궁금했다. 몇 권의 심리학 서적을 들여도 봤지만 무의식과 자아에 관해서만 얘기할 뿐, 그 자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난 이 호기심이 어쩌면 불행하다 생각한 나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고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 이곳저곳 쏘다니며 뭐라도 해보려 한다는 글은 지금의 나였다. 기웃대며 얻은 건 기대만 가득해 또 한 번 상처 받을 걸 알면서도 전전긍긍하는 내 모습이었다. 늘 풍성해지는 건 나라는 사람을 나타낼 검은 글씨들이 아니라 '왜 이럴까?' 하는 의문 투성이었고 난 또 한 번 끝날 날을 생각했다. 


치유를 바란 적은 없었으나 편해졌으면 하는 바람은 늘 가지고 있었다. 끝은 나에게 평안을 뜻했으며 나 역시도 살아야 해서 사는 쪽은 아니었다. 늘 세계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들며 살다 보니 양쪽 세계에 책임감만 늘었고 쓸데없이 그걸 꾸역꾸역 짊어내고 있었다.                                                    

                                                                                        

악착 끝에 남은 건 공허함이었다. 대단한 게 될 줄 알았는데 공허함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어떤 의욕도 가치도 소용없다 느껴졌다. 매일이 그랬던 거 같은데 글로 마주하며 눈에 담으니 더욱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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