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존재에 대해 기시감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심적으로 지칠 때 또는 심각하게도 아무 일이 안 일어날 때. 김숨 작가님의 <너는 너로 살고 있니>를 읽다 보니 난 식물인간이 아닐까 의문이 든다. 느낄 수 없고 어둠이 짙게 깔려 헤어날 수 없는 깊은 바다로 침전하는 기분에 휩싸이면 왜 이런 우울하고 고독한 기분을 혼자 겪어야 하냐고 나에게 묻는다. 하지만 답해주지 않는 야속한 나.
생뚱맞게 내가 잃어버린 아이가 아닐까 의심하며, 오지도 않을 검은 차를 기다리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수백 번씩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멈춰 섰던 기억들은 깊게 부딪히면 다시 감각할 수 있을까 하는 무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로 고문하여 현재를 인내하는 삶은 영혼이 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시감으로 데려가버린다.
어느 상담사가 "당신이 세포에 불과했을 때로 돌아가 태어난 의미를 찾아보자"라고 말도 안 되는 말을 지껄이던 기억이 떠오른다. 의지로 사는 삶은 왜 태어났는지 묻는 당신에게 답하지 못한다. 내가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을 내가 어떻게 기억하냐고! 별거 있는 사람이 되리라 믿었던 어린 꼬마에게 별거도 안돼서 미안하고 초라한 심정을 아느냐고! 악을 썼어야 했는데 멍하니 앉아있었다.
내 의지가 아니라서 이런 마음조차 갖는 건 모순인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기분이 이런 걸 어떡하냐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묻고 싶다. 느끼는 건 누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