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제주 생활 이야기}
6-2. 소방설비기사 자격증 있는 사람?
건설공사는 많은 사람의 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설계자는 건물의 뼈대를 그리고, 시공사는 그 설계도를 현실로 옮기며,
감리자는 그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에 비용을 지급하는, 말하자면 ‘주인’은 발주처입니다.
감리 제도가 정식으로 도입되기 전,
전기, 정보통신, 소방공사 감리 업무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맡았습니다.
그러다 법이 바뀌면서, 감리는 감리 자격증 소지자만 가능하였습니다.
특히 소방감리는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맡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우리 회사 기계직이나 전기직 직원들 대부분이 그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자격증을 선임하면 현장 1개 공구당 월 5만5천 원의 선임 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단돈 몇만 원이라지만, 그 ‘당근’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기계직, 전기직 감독들 사이에 소방설비기사 취득 열풍이 불었습니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1998년,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ㅇㅇ본부엔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가진 기계직 직원이 딱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는 본부 내 거의 모든 현장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고, 매월 30만 원 이상의 선임 수당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근’이 현실이 되었고, 그 모습을 본 직원들은 더욱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사실 자격증 하나가 회사나 현장의 판도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의욕을 바꾸고, 그 의욕이 만들어낸 작은 변화들이 조직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데는 큰 힘이 됩니다.
스포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면적도 작고 인구도 많지 않지만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엔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포상금, 군 면제, 평생 연금이라는 막강한 ‘당근’이 있었습니다.
그 당근이 있었기에, 많은 선수들이 밤새도록 땀을 흘릴 수 있었고 결국은 태극기를 게양대 맨 위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보상이 없으면 열정도 없다’는 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작은 당근은,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게 만드는 정직한 동기이자,
조직의 에너지를 바꾸는 순한 자극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당근 하나가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의 흐름까지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