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기인 이야기 - 9

[5. 세 번째 현장 이야기]

by 종구라기

5-2. 아차! 전기 사고


아파트 전기실은 사람의 심장과 닮았습니다.

심장이 피를 온몸에 보내듯,

전기실은 한전에서 받아온 22,900V의 고압 전기를 380/220V로 낮춰

각 세대와 펌프실, 보안등, 공용 설비로 나눠 보내줍니다.

전기실이 멈추면 아파트는 멈춥니다.

그만큼 철저한 관리와 안전이 필요한 공간이죠.


정읍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수배전반 점검 중이었습니다.

한 패널의 내부 조명등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조명등의 베이스 접점이 눌려 있었죠.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주머니에 있던 자동차 열쇠를 꺼내 접점을 펴려던 순간, ‘번쩍!’ 쇼트가 났습니다.

열쇠는 일부 타서 변색되었고, 순간 제 심장도 함께 멈추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면장갑을 끼고 있어 감전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 아찔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전기는 절대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제 선배 중 한 분은

줄자로 수배전반 내 장치 간격을 측정하다가 줄자를 감기 위해 손을 놓았는데, 그 줄자가 기기 사이로 빨려 들어가면서 22,900V 전압에 감전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긴 병원 생활이 뒤따랐습니다.


전기실 사고는 때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옵니다.

00 단지에서는 수배전반 바로 위로 단지 급수관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물이 공급되며 압력이 걸리자 배관이 흔들려 결국 파열되었고,

전기실이 물에 잠기며 정전이 발생했습니다.

한전과 전기안전공사에서 긴급 출동하여 배수펌프 수십 대를 가동하고

안전을 확인한 뒤에야 다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또 00 단지에서는 작업 후 수배전반 위에 도구 하나를 놓고 치우지 않은 채

전기를 투입했다가 그 도구가 떨어지며 쇼트가 나 정전 사고가 났습니다.

그리고 또 00 단지에서는 수배전반 틈새로 들어온 쥐 한 마리가 쇼트시켜 전기를 끊은 적도 있었습니다.


현장은 언제나 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기 감독은 늘 긴장 속에 살아갑니다.

한순간의 방심이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도 전기실 앞에서 두 손 모으고 기도합니다.

‘여기가 바로, 이 단지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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