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전주 생활 이야기]
10-3. 전선 피목 쪼가리 몇 개 처리비용이 2,000만 원?
전북혁신도시 00단지 아파트.
입주가 막 시작된 어느 날, 한 입주자로부터 민원이 접수되었습니다.
"거실과 주방, 방 안까지 물이 가득 찼어요.
가전제품과 가구가 다 젖어버렸습니다."
관리소 직원과 함께 급히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했을 땐 물은 이미 빠진 상태였지만,
입주자는 휴대폰으로 찍어둔 침수 당시의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상 속엔 집안 구석구석 차오른 물로 냉장고, 가구 등이 잠겨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오던 여름날.
해당 세대 뒷 베란다에는 옥상에서부터 지하층까지 우수관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우수관(빗물 배수관)이 막혀, 물이 아래로 빠지지 못하고 거실, 주방, 안방으로 넘쳐흘렀던 것이었습니다.
막힘의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막힌 우수관 속에서 나온 것은 전기 전선 피복 조각 몇 개, 빵 비닐봉지 하나, 시멘트 모르타르 덩어리 일부였습니다.
이 작은 쓰레기들이 통로를 막고 결국 한 가정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 셈이었습니다.
공사를 하다 보면 중요한 일은 신경 써서 잘 하지만, 사소한 마무리는 가볍게 생각하여 무시하거나 방치합니다.
전기공사에서 피뢰침 접지공사는 가장 중요한 공사 중 하나입니다.
낙뢰로부터 생명과 기기들을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공사입니다.
접지공사는 꼼꼼히 잘하였지만, 작업 부산물인 접지 전선 쪼가리 처리를 무시하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입주자는 벽지, 합판마루 등 하자 부위의 전면 재시공과 가전제품 교체비용과 위자료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건축업체는 다시 시공을 하였고, 전기업체는 2,000만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하며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고사 성어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이란 말이 있습니다.
‘용을 그린 뒤,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찍어야 비로소 살아 있는 용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정성껏 용을 그려도, 눈동자 한 점이 없으면 살아 있는 용이 될 수 없습니다.
그날의 사건은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교훈을 남겼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진짜 실력은 마지막 손길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