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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ievibes May 29. 2024

누가 날 보호할 수 있을까

겁이 없는 편이다. 과거의 난 꽤 즉흥적이었고 감정적이었고 좋게 말해 호기로웠고 반대로 말해 철이 없었달까. 


그래도 그런 성향 탓에 밋밋하기보다는 다채로운 경험들을 하며 살아왔다. 지나온 내 삶에 이런저런 후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그렇지만 이미 지나간 일들을 곱씹어 날 좀먹지 않도록 애쓰며 산다. 


우연히 프랑스 영화 에펠을 보게 됐다. 프랑스어만 들어도, 프랑스 풍경이나 파리의 모습을 보게라도 되면 파리지엔느로 살던 때가 생각나는 건 필연적이다. 


잘 알아듣겠는 프랑스어가 나오면 프랑스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볼까. 정말 마음먹고 공부해서 어느 정도 현지인처럼 구사하는 내가 되어 볼까.하지만 먹고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짐짓 언어 공부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센 강을 친구 삼아 비오는 어두컴컴한 센 강 길을 자주 걷곤 했다. 집에서 가까운 오뗄 드 빌에서 출발해 건너편 오르세 미술관까지 걸었던 나만의 길이 있었는데, 그때 내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추운 겨울 어느날, 혼자 터벅터벅 걸으며 양손은 호주머니에 푹 넣은 채로, 두껍고 긴 머플러를 목에 둘둘 꽁꽁 둘러맨 맨채로, 그렇게 홀로 걷는 게 익숙했고 또 그게 편했고 그게 좋았다. 진진하게는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고독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내 삶을 관조하고 통찰할 수 있게 됐던 때. 그때 말이다. 주말이면 홀로 베르사유로 가는 기차와 버스에 올라 정처없이 걷던 내가 선명하다. 


애도 써봤다. 내 이름을 끊임없이 불러가며 어떻게 하고 싶니. 어떤 삶을 살고 싶니. 네 마음은 대체 왜 그러는 거니.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니. 앞으로 어떻게 할 거니... 난 끊임없이 내  안의 날 수용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애썼다. 


깨닫게 된 건, 그 방황을 이상하게 혹은 어리석게, 안타깝게, 애석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방황을 날 성장하는 시간으로, 어쩌면 면내 삶에 꼭 필요한 필연이라고. 우연은 없다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고 괜찮다고. 그렇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지금도 이따금씩 수시로 찾아오는 방황과 고독에 난 초연해지게 됐다. 의연함도 갖췄다. 


시간이 쏜살같다는 표현이 더욱 와닿는 요즘인데, 이것조차 나이 탓일까. 시간.이 무척이나 귀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날 자책하고 미워하다 지난 과거를 붙잡고 후회하느라 흘려버렸다는 생각에 자주 소스라칠 때도 있지만 이미 지난 걸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도 나였음을 어리석은 은나도 나였음을 인정하자.고 날 다독인다. 


고독했고 외로웠다. 상처와 상실 고독과 불안과 우울과 싸우느라 정신이 너덜너덜 찢겨지던 시절, 그 바닥을 가까스로 딛고 일어난 후에 깨달은 한 가지는, 


그 누구도 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거였다. 


부모도 형제도 그 누구도 날 완전하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로 내 자신을 바로 세우고 내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었다. 


누가 날 지켜줄 수 있을까. 내가 날 지키며 용감하게 덤덤하게 담담하게 무심하게 무난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 내 마음이 힘들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 감정을 다시 혹은 오래 느끼고 싶지 않다는 게 정확하다. 


무튼 내가 내 자신으로 살아가면,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면, 나답게 살아가면 그 무엇이 두려울까. 

자주 수시로 다짐한다. 


누가 날 지켜줄 수 있을가. 날 지켜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이라는 걸. 


인생 내 마음대로 되던 적이 있던가. 늘 알 알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 아니었던가. 인생이란 원래 이런 것. 그런 것.이라는 걸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그저 내가 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날 지키고 보호하고 위로하고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일.이 살면서 가장 필요하고 또 중요한 일이다. 


누가 날 지켜 줄 수 있을까. 정답은 역시나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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