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고수 솥밥
사랑, 친절함, 상냥함, 아름다움, 예쁨, 따뜻함, 살뜰한 마음 가득 담아 차려낸 한 끼 식사엔 현재 내 기분과 태도, 내 정신이 깃든다. 그렇게 만든 음식은 내 몸 속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신체조직을 형성한다.
그래서 요리할 땐, 늘 밝고 깨끗한 마음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좋은 에너지와 좋은 바이브가 고스란히 내 음식에 짙게 밴다.
애호박 고수 솥밥
일어나자마자 바로 하는 건, 클래식 음악을 켜는 일.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음이 아늑해진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한 권을 가방에서 꺼내온다.
늘 생각하는 건,
책을 읽을 때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것.
제대로 생각해야한다는 것.
생각하고 질문한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 난 후 책을 탁 덮었을 때, 명료하게 문장 하나가 떠오를 때가 많다. 그러곤 내 스스로에게 질문하거나, 때론 밀려오는 감동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생각한다는 것.
질문한다는 것.
나를 안다는 것.
나는 누구인가.
지적임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지적인 부지런함에 지적인 즐거움을 알면, 하루가, 일상이, 삶이 풍성해진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탐구. 내 안의 우주.에 대한 탐구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적 호기심은 필수다.
나른한 토요일 오후 소파에 앉았다. 글이 날 불렀다. 시간도 있는데, 글 한 편 쓰고 가.하는 것 같았다. 글 쓸때 늘 그렇듯 무언가에 홀린듯 한데 그렇게 노트북 앞에 앉았다.
불현듯 떠오른 건, 지적임. 지적이다는 것. 지적인 삶.이었다. 동시에 내 사유도 자연스럽게 시작되겠지.
내가 생각하는 지적임이란, 똑똑하거나 명문대를 나왔거나, 좋은 직업과 위치를 가졌다거나 하는 객관화된 혹은 판단됨으로 인해 확인되는 류.가 아니다.
내게 지적임이란 분위기와 같다. 자신 만의 분위기를 가진 사람은 지적이다. 지적인 사람은 자신 만의 분위기를 가졌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인데, 눈에서 느껴지는 그 몽환적인 느낌이나 신비스러움도 있다. 일반화 할 순 없지만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에게서 곧잘 느낀다.
책을 많이 읽는 다고 해서 모두 똑똑하거나 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치만 경험적으로 책을 즐기고 책을 통해 질문해 본 사람들이 지적인 경우가 많았다.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지혜와 통찰과 신선한 경험들이 지적이게 한다.
책을 도구 삼아 벗삼아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
자신 만의 스토리를 가진 사람.
다양한 경험과 고통 상처 실패를 통해 자기 스스로 일어나 본 경험이 있는 사람.
그런 대화에,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에 관심 있다.
이제는 똑똑하다는 것이 다가 아니란 걸 너무도 잘 알게 됐다. 결국 인생은 본래 고통이라는 전제하에 나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건, 날 살게 하는 건, 지혜, 현명함, 나와의 소통, 경험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 안에 인간에 대한 사랑.도 있다. 상냥함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상냥하지 않은데 지적일 수 없다는 마음이 있다. 지적이다.라는 말이 내겐 분위기 있다.라고 들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적이고 싶은 열망은 내 곁에 늘 살아 숨쉰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내겐 내가 좋아하는 그 시대 철학자, 소설가, 작가를 만나러 가는 일이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그리도, 이토록 고전을 읽을 때 행복해하는가. 고전책들로 빼곡히,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도서관 서고에 파묻혀 있는 상태.를 나는 열렬히 환영하고 사랑한다.
살면서 무너질 때, 무너지는 날, 늘 날 살린 건 책이었다. 책은 날 위로했고 나는 그렇게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고전은 여전히 나의 가장 친한 친구고 스승이다.
언제부터인지 책이 날 부른다.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설레한다. 기분좋아한다. 2층 도서관 서고에 가면 그 설렘은 극에 달한다. 도서관 서고에 도착하면 책이 날 부른다.는 문장이 늘 스치는데, 책도 인연이다.
나와 인연되는 책을 만나면 몰입의 상태가 되고 후루룩 그 자리에서 다 읽어내려가곤 한다.
가끔 제목에 이끌려 에세이류를 읽게 되면, 나와 기운이나 결이 맞지 않아서인지. 글이 잘 읽히지 않고 알맹이가 없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망설임없이 책을 덮는다.
똑똑한 사람보다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지혜로운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사랑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너른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책읽기에 집중하면,
어느 순간 몰입 되는, 지적인 황홀경을 느낄 수 있다.
그 끝엔 늘 감사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