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몸무게란 지극히 주관적인 가벼움
몸무게를 자주 재는 편은 아니다. 재고 싶을 때 문득 재는데, 오늘 아침 불현듯 지금 몇 킬로그램이나 나가려나. 몸이 좀 더 가벼워진 거 같은데 오랜만에 몸무게 재보자! 그러고선 체중계 위에 올랐다.
46kg. 어맛. 살이 좀 빠졌네. 먹는 것도 참 잘 해먹고 매일 운동하고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나날이었는데 안 재본 새 살이 1-2kg정도 빠졌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내 몸과 마음 모두 다 깃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차제에 가벼워진 상태를 더욱 산뜻하게 즐겨보기로 한다.
잘 챙겨 먹으면서 과식하지 않고, 간식먹지 않고, 소화력을 보존하기 위해 위장을 비워두는 공복시간을 길게 유지하다보니 살이 잘 찌지 않는다.
소파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팔 다리 근육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한다. 스트레칭 할 때 느껴지는 그 미세하고 섬세한 고통과 잔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쫀쫀함이랄까. 하고 나면 기분좋은, 하고 나면 내 몸에 이로운, 이런 고통과 불편함을 나는 사랑하게 되었다.
몸의 움직임에 열심이다. 몸의 움직임은 내게 명상이자 알아차림이고 내 마음의 작용, 감정과 기분, 태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운동과 명상은 건강한 마음 습관, 마음 근력을 기르는데 필수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끼. 규칙적인 시간에 직접 솥밥하고 요리해 따뜻한 온도로 먹는다. 물도 마시고 싶을 때 마신다. 물 그리고 점심 후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음료로는 유일하다.
내 입 안으로 들어가는, 내 몸에 넣는 음식은 순전히,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 선택의 결과다. 내가 먹는 음식은 내 몸 안에 들어가면 피와 살이되고 신체 조직을 형성한다.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내게 맞는 음식을 알맞은 조리방식과 조합으로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된 후부터 나의 식습관과 패턴도 달라지게 되었다.
규칙적인 시간에 먹기. 군것질 하지 않기. 과식하지 않기. 소화력 유지하기. 진짜 배고픔(True hunger)과 가짜 배고픔(독성 배고픔, toxic hunger)구별하기. 물은 마시고 싶을 때 마시기. 신선한 식재료로 직접 요리하기. 운동과 명상을 통해 건강한 마음 습관 기르기. 의식적인 선택하기. 물, 커피 외에 차나 다른 음료는 즐기지 않는다.
나의 이런 식습관과 패턴이란, 익숙해지면 이토록 단출하고 심플하고 소소하고 편하고 안정적일 수가 없다. 내가 진짜 원한다면 처음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의식적으로 바뀌어 나가려고 노력한다는 믿음이 있다. 나는 그렇게 바뀌어왔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몸무게가 48kg일 때건, 46kg일 때건, 내게 큰 차이는 없다. 1-2kg 정도는 늘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몸무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잘 알아서다. 몸무게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내 스스로가 느끼는 내 몸과 마음, 정신이 가뿐하다, 가볍다, 맑다, 깨어있다.라고 느끼는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 내지 가벼움이다.
나 자신에게 꼭 알맞는, 지극히 주관적인 몸무게가 누구에게나 있다. 경험적으로 누구에게나 본인 스스로가 느끼는 이 몸무게 일 때 몸과 마음이 참 가볍다. 기분도 좋다. 정신 건강도 좋다. 긍정적인 생각이 자꾸만 든다.하는 숫자가 있을 것이다.
최적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시켜주는 무게다.
내 감정과 기분과 태도를 잔잔하고 평온하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마구마구 수시로 채워주는, 내려놓음과 알아차림을 용이하게 하는 최적의 몸 상태, 딱 그것이다.
어떤 옷을 입어도 깃털처럼 가볍고 어떤 옷을 입어도 개의치 않게 되는 장점도 있다. 몸이 관리되면 옷소비도 외려 줄어든다. 옷으로 나를 채우는 것보다 몸이 관리되면 역설적이게도 내 안을 살찌우고 싶은 갈망이 샘솟는다.
그 흔한 영양제들을 먹지 않는다. 몸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필요하지 않아서. 자연스럽지 않아서다. 코로나에 걸려 본 적 없고 일년에 한 번 정도 감기 기운이 와도 다음날 병원가야지.했다가 하룻밤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진다. 영양제를 사 먹지 않는 대신, 내가 먹는 것에, 좋아하는 음식에, 좋은 식재료를 사는데 쓴다.
기온이 높으면서도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분 오늘 오후. 친구와 서촌을 걸었다. 이른 저녁 예약해둔 곳의 웨이팅 시간이 좀 남아서 서촌을 한바퀴 걷다 카페 하나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마침 딱 하나 있는 테라스 자리가 비어 있어 냉큼 달려갔다. 어맛. 어쩜. 오늘 이 테라스. 나와의 인연이구나.했다.
테라스 자리 앞에 우뚝 선 푸른 나무들의 향연, 마치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살랑이는 바람, 친구와의 소소하고 아름다운 담소. 커피 한 잔, 내 자리 너머 보이는 앙증맞고 예쁜 마카롱 모양의 양초. 모든 것이 조화로웠고 아름다웠고 예뻤고 환했고 눈부셨다.
이런 게 바로 행복이고 즐거움이고 기쁨이고 낭만이지 무엇일까.
잘 먹고(음식의 양/과식하지 않기,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로 직접 요리한 음식), 잘 자고(숙면, 수면 시간, 패턴, 퀄리티), 명상(호흡/알아차림)과 운동(근력 운동)이 현재 내 삶의 본질이자 기본이자 총체다.
내 몸은 내 의지력의 총체다.
건강한 음식은 건강한 몸을 만든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마음과 정신이 깃든다.
진짜 몸무게란, 지극히 주관적인 몸무게다.
48kg. 참을 수 없는 기분좋은 산뜻한 가벼움이자 즐거움이자 나의 의지이자 나의 의식적인 행위이자 선택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다.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Leek pa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