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황솥밥 야채 비빔밥
하루에 두 번 솥밥을 한다. 매 끼니 솥에 직접 밥을 지어서인데, 솥밥을 짓는 행위가 꼭 내 마음에 따뜻한 솥밥을 짓는 기분이다. 솥밥 지을 때의 나는 고요하고 평온하고 안정적이다. 솥밥 요정이 된 듯한 기분에, 얼마나 살뜰하게 정성스레 밥을 짓는지. 그런 내 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생강 슬라이스와 샬롯을 코코넛 버터에 볶아낸 후 불려놓은 쌀을 넣는다. 물을 넣고 가스레인지의 화력을 높인다. 한 차례 펄펄 끓인 뒤 가스레인지의 불을 약불로 조절하고 십분 정도 둔다.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10분여 그대로 뜸들인다.
뜸들이는 시간 일 때면, 법정 스님의 "사람은 뜸 들일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 떠오른다. 뜸뜰이다. 뜸뜰이다.는 말.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가능한 참 아름다운 말이다.
큐민과 강황을 좋아해 그때그때 고루 넣어 밥을 짓는다. 내 솥밥은 꼭 나와 같이 자유롭다. 솥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것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 내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것들, 먹으면 장이 편안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양송이 버섯, 애호박, 당근, 생강 슬라이스를 넣고 지은 솥밥에 매료된지 꽤 되었는데, 가장 자주 해먹는 솥밥이다. 솥밥은 손쉬워야 하고 맛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전기 밥솥 없이 사는 나, 솥밥의 기쁨을 알게 된 후부터 전기 밥솥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전자레인지도 없다. 부엌 가전 제품이라곤 믹서기 블렌더 하나다. 지금의 내 요리는 조리방식에서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게 됐다.
요리는 내 삶이다. 내 삶의 태도와 어쩜 그렇게 닮아가는지.
내 부엌은 단출하고 소소하고 심플하다. 단출하지만 내 나름의 질서가 있달까. 주물 냄비에 따뜻한 밥을 짓고 내 취향의 그릇들이 있고 내 취향의 수저 젓가락 포크 나이프가 있고 내 취향의 도자기 머그컵 하나가 있다. 어떤 조리도구와 어떤 식기와 어떤 냄비를 가지고 있는지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한 눈에 들어올 만큼 단출한데 그런 단출함이 내 부엌을 더 나답게 하고 자유롭게 한다.
갓 지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강황솥밥을 접시에 잘 담아낸다. 향부터도 맛있다. 밥 지을 때 그 위에 올려 놓은 닭가슴살도 알맞게 스팀되었다. 좋아하는 도자기 그릇에 담았다. 고수잎도 넣어준다. 비니거를 넣어 새콤하게 만든 드레싱을 뿌려 골고루 비벼준다.
정말 맛있는 한 끼. 강황솥밥 야채 비빔밥이 이렇게 뚝딱 완성된다. 따뜻한 온기가 입 안에서 여전히 감돈다. 먹으면서 따뜻한 온기.에 한 번 감탄하고 맛.에 감탄한다. 따뜻한 온도와 신선한 식재료와의 조합, 비니거의 그 새콤하고 신맛.이 내 오감을 자극한다. 후각구를 자극한다. 마지막엔 레몬즙으로 상큼 새콤함을 더했다.
그러면서 딱 한 문장이 떠오른다. "솥밥의 기쁨". 이 기쁨을 아는 나라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솥밥을 짓는 건, 순전히 내가 원해서다. 순전히 나의 선택이다. 날 위한 것엔, 날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는 것엔 무엇이든지 간에 정성을 쏟게 됐다.
내가 날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줄까.
내가 날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날 보호해줄까.
내가 날 존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존중해줄까.
라는 나의 주문이 내 요리, 음식에서도 빛을 발한다.
날 위한 요리도 이러할진대, 타인을 위한 요리엔 더욱 정성을 다할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존중하듯 타인을 존중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듯 타인을 사랑하고
내가 나에게 친절하듯 타인에게 친절하고
내가 나에게 따뜻하듯 타인에게 따뜻하기.
나와 타인은 하나다.라는 생각을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텐데 따뜻해질텐데.하는 생각이 있다.
이타적인 삶과도 같다.
어제 서촌 카페 테라스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좋았는지. 이 아침 그 여운이 아직까지도 있다.
도심 속 나무 한 그루가, 솔솔 분 바람이, 푸른 하늘이 날 치유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우주는 순전히 내가 바라보는 대로 늘 이런 방식으로 내게 삶의 아름다움과 위로를 전한다. 자연은 말이 없다. 그 말없음이 그 침묵이 날 묵묵히 위로하고 날 살게 한다.
삶이란, 참 아름답다. 내가 사는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문득 나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이 계절을 몇 번을 더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불쑥 일때가 있다.
그럴때면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그렇담 지금 당장 이 아름다운 세상을, 이 계절을, 이 하루를 즐겁게 명랑하게 보내야지!.한다. 우울할 새가 어딨니. 무엇이 불안할까. 무엇이 두려울까. 용기내자! 원하는 삶을 살자. 내 삶의 주인이 돼자. 나 자신이 되자.하는 문장들이 쉼없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따뜻한 솥밥 하나에도 이렇게 할 말이 많은 것도 참 나답다. 사랑이 있고 애정이 있어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이다. 밥 짓는 것도 사랑이고 내 하루 내 일상 내 삶을 이루는 건 결국 사랑.이다.
강황솥밥 야채 비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