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과 내면은 하나다
지난 주말 광장시장에 다녀왔다. 역시나 수많은 커플들, 외국인 관광객들로 시장은 북적였다.
그곳에서 나는, 여러 번 같은 말을, 비슷한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문득, 아니 어쩌면 진지하게 내 외모에 대한 고찰이 하고 싶어졌다. 정말 그러한가, 나로 하여금 참 진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 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은, "어쩜 이런 분위기를 가졌나요?", "눈빛이 맑고 매력적입니다."...였는데(고백하건대, 나는 결코 흔히 생각하는 아기자기하게 이목구비가 단아한 전형적인 한국 미인상과는 거리가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예쁘지는 않으나 굉장히 매력적인 얼굴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위의 말들 또한 사실, 아주 자주 낯선 사람들로부터 지나가는 말로라도 듣는 말들이다. 나 또한 궁금하다. 어떤 요소들 때문에 이런 말들을 자주 듣게 되는지 말이다)
이런 말들을 낯선 사람들에게서 여러 번 듣고 있자니, 기분 좋으면서도 내가 정말 그러하구나. 그러한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다. 기분 좋은 말임에는 틀림없다. 몇 년 전부터 내 스스로가 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내 삶의 가치관이 바뀌면서부터 나는, 나만의 분위기를 가진 사람, 아우라 있는 사람, 매력적인 사람, 고급스러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개성 있는 사람, 취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외면도 내면도 깨끗하고 쌈빡하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런 말을 듣고 있자면 내가 바라는 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나름 내 삶의 길을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사실 아주 뿌듯하고 쾌재 하고 싶을 만큼 기쁘기까지 하다.
어디 가게 상점이라도 방문하기라도 하면 들어올 때 이런류의 말을 종종 듣는다. 최근 들어, 요즘에 부쩍 더 자주 듣는 것 같아 이십대라는 나이가 부럽지 않을 만큼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마음까지 드는 요즘이다. 여러 가지 이런 작은 에피소들을 종합해보기도 조금은 사색적으로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통찰해보았다.
먼저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너의 외모가, 이미지가 그런 느낌을 주는 걸까? 네가 이런 말들을 듣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내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내는 데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단순했으며 쉬웠다.
내 장점과 매력을 스스로 잘 요리할 줄 알며 표현할 줄 안다는 것, 옷, 헤어 스타일에 내 취향을 온전하게 담아낸다는 것,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 책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와 통찰과 지식을 고스란히 내 것으로 체화시키는 것, 말투와 목소리, 내 삶에 대한 나만의 뚜렷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 내 일상과 삶 전체를 내 취향으로 물들이며 취향껏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무례한 사람에게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단호한 말로 내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것, 치열하게 내 안의 나와 대화해보았고 고민해보았고 삶을 반추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 자기만의 어둠의 시간을 끄끝내 극복해 낸 경험이 있다는 것...
인생의 목표가 내면의 성장이라고 말할 만큼, 나는 "나"에게 가장 관심이 많으며 내면의 성장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런 치열한 사색과 고민의 흔적들이, 나의 이러한 내면의 에너지가 외적으로 표출 되는 게 아닐까.한다.
거기에 몸이 곧 정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몸 관리도 게을리하지 않는데, 가령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지만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하며 내 몸을 해치는 음식들은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편이며 과하게 먹었다 싶을 때는 그다음 끼니를 조절하는 정도로 누가 봐도 건강하면서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몸이 가볍고 관리되면 무엇보다도 정신이 맑고 개운하고 깨끗하며 마음도 절로 여유로워진다고 나는 믿는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자주 듣고 새기는 편인데, 소박하지만 단출한 삶을 지향하며 마음도 외모도 늘 그리 되도록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늘 의식이 깨어있으려고 노력한다. 날씬한 몸매를 가졌고, 피부관리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은 없지만 까무잡잡한 구릿빛 깨끗한 피부를 가졌고 내게 맞는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옷(새 옷을 사지 않은지 몇 년이 되었다)도 취향껏 그저 내게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빈티지 스타일(70, 80, 90s 가리지 않는다)을 잘도, 멋스럽게 소화할 줄 안다. 몇 천 원 짜리도 몇만 원, 몇 십만 원짜리 보이도록 하는 마법이 나는 바로 이런 것들에 있다고 믿는다.
체형이 바르고 건강하고 날씬하면, 어떠한 옷을 입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다. 고로 옷에 돈을 소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내가 옷보다는 체형에, 얼굴에서 풍기는 나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훨씬 더 가치 있고 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외면과 내면은 하나다. 내면이 곧 외면이고 외면이 곧 내면이다. 내면이 아름답지 않은데 외면이 아름다울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만이 가진 분위기, 아우라는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긴 시간 동안, 오랜 시간 동안 그 사람이 쌓아온 삶의 흔적, 태도, 가치관, 철학, 생각, 말투, 목소리 그 모든 것의 총체적인 합, 즉 밸런스라는 생각이다.
나는 이러한 말들을 듣기라도 하면 늘 "감사합니다."라고 답한다. 겸손한 척하지도 않는다. 그저 날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분위기 있는 사람으로 고급스러운 사람으로 봐주고 또 그 모습을 지나치지 않고 꼭 말로 이야기해주는 낯선 사람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파리 살던 시절, 우연히 알게 돼 친구가 된, 일본인 친구 루리가 문득 생각이 났다. 젊은 시절 도쿄에서 모델로 활동했고 남편은 이름만 대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정치인이라고 내게 귀띔해줬는데, 그녀가 내게 말했었다. 스튜디오에서 날 처음 보았을 때, 그 많은 사람들 중에 "You are shining." 빛이 났었다고. 늘 내게 빛이 난다고 만날 때마다 말해주던 그녀가 생각나는 밤이다.
고로 나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가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된 나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으며 이런 분위기를 갖게 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내 삶이 아름답다고 매 순간 느끼며 살아가는 이런 긍정적인 내 정신과 영혼 역시 나의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렇게 시작된 내 외모에 대한 고찰이 역시나 이리도 길어지게 되었는데, 이런 고찰이라면 나는 언제든 환영이다. 이 고찰의 끝은 늘 하나다.
"고로 나는 이런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잘 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