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nerplate Jun 11. 2024

한 끼에 마음을 담다      

WELLNESS  MEAL 

매일 아침 집 앞 로컬푸드 직매장에 간다. 걸어서 5분 거리라 부담 없는데다 매일 아침 이렇게 신선한 식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게 반갑고 고맙다. 어느 날은 생산자가 식재료를 직접 진열해 놓고 가는 풍경도 볼 수 있다. 그러면 더욱 안심이 되는데다 감사함까지 인다. 


아침 햇살과 함께 오늘 점심엔 어떤 맛있는 요리를 해볼까. 무얼 먹을까. 신나게 걸어간다. 매 끼니 날 위한 식사는 매일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내겐 이만한 선물이 없다. 


신선한 식재료들을 둘러보다 머릿속으로 요리조리 이렇게 저렇게 해볼까. 레시피를 그려내다, 그러다 이거다 싶은 식재료를 골라 바구니에 담는다. 그런 방식으로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 날은, 유난히 비트가 어느 날은 유난히 당근이 헤이! 나 여기 있어!.하고 부르는 것 같다. 내가 고른 매일의 식재료는 나와 그날의 인연이다.


균형 있는 식사를 하려고 한다. 녹색잎 채소, 십자화과 채소, 양송이 버섯, 콩(병아리콩, 두부)류, 단호박찜, 적양배추, 잡곡밥, 씨앗류, 올리브 오일은 매 끼니마다 조금씩 한 플레이트에 담아내 골고루 챙겨 먹는다. 채식 비율이 60-70%, 육류 섭취는 30-40% 정도다. 블루 베리와 같은 베리류도 조금씩 챙겨 먹는다. 견과류는 음식에 가니쉬 하는 정도만큼 넣어 먹는다. 


재료가 있으면 있는대로 이 또한 집착 없이 그러나 아주 야무지게 잘 챙겨 먹고 있다. 이 재료들을 사고 준비하는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다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들이기 때문에 절로 매 끼니마다 챙겨먹게 된다. 


시큼하면서 상콤한 샐러드와 통밀빵이 당겼다. 로컬푸드 직매장에 들러서는 치커리 1봉을 샀고 베이커리에서 통밀빵을 사왔다. 간이 딱 알맞게 순두부 수프를 뚝딱 만들어 강황을 솔솔 뿌렸다. 주말에 만들어 놓은 꾸덕하고 크리미한 텍스처의 진한 바질 페스토로 오픈 샌드위치 하나를 완성했다. 치커리와 올리브 슬라이스로 심플한 샐러드까지. 먹기 바로 직전 만들어낸 드레싱만큼 신선하고 맛있는 드레싱이 없다. 


건강한 음식이란, 직접 요리한 것.이다.


요리할 때 손이 빠른 편이라 무엇이든 휘뚜루마뚜루 순식간에 만들어내지만, 요리하는 내 마음은 결코 휘뚜루마뚜루이지 않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내 양손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고요하고 잔잔하고 평화롭다. 


내 입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 

내 몸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 

내 신체조직을 만들 음식인데, 정성껏 요리해야 된다는 생각과 

음식도 에너지라서, 살아 숨쉬는 것이라서, 생명이어서, 

밥 짓는. 끼니 짓는. 요리사의 마음이 맑은 상태어야 한다. 예쁜 마음의 상태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좋은 바이브로 만든 음식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 

그 바이브는 고스란히 음식과 함께 내 몸 안에 머문다. 


내겐 끼니 짓는 마음이란, 나에 대한 보살핌이고 사랑이고 살뜰함이고 친절함이고 상냥함이고 존중하는 마음이다. 


먹고 나서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 포만감이 분명 있으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다. 과하지 않다. 외려 가볍게 느껴진다. 음식과 마음 작용의 밸런스가 기가 막히게 맞는 경우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한 끼에 마음을 담으면 내 장이 편안하고 내 장이 편안하면 내 감정이 평온해진다.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그 가벼움은 건강한 몸을 만든다. 


즉흥적으로 직감적으로 머릿 속에 그려내 실현한 순두부 수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생각이 단 몇 분 만에 현실이 됐네. 요리는 정말 우리네 인생같다." 

요리하다 보면 내 삶이 절로 투영될 때가 많다. 식재료를 보다가도, 요리를 하다가도 삶이 보인달까. 

자연스런 사색과 사유로 이어진다. 


내게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사유와 사색은 언제 어디서라도 반갑고 유익하다. 



이전 06화 리액션이 훌륭한 사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