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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l 18. 2024

익어가는 것들

로컬푸드 직매장에 들렀더니 찰옥수수가 10개에 오천원에 나와있다. 꺄악. 튼실해보이는 찰옥수수 1봉, 청양고추 1봉을 사서 나왔다. 잠깐새 비가 그쳤다. 왔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는 장맛비도 이 또한 자연의 순리니. 그럴만하겠으니 그러하겠다.싶다.


조금 전 친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주 보지 못해도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늘 좋은 에너지가 된다. 어제도 친구와 장문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대학시절 스터디 모임에서 만나 지금껏 친한 친구인 언니다. 오래 전부터 언니와는 꼭 편지처럼 장문의 메시지로 서로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해주었다.  


스무살 대학생 시절 또래보다  성숙하고 신중하고 단단해보였던 언니에게 이런 질문을  적이 있다. "언니 나를 사랑한다는  뭘까?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하는 걸까?" 언니는, "초아가  좋아하는지.    기분 좋아지는지... 그런 것들을 우선 하나씩 해보면서 찾아보는 거야."라고 말해주었다.


어제 문득 그 시절이 떠올라, 보고싶은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기억나? 이십대 불안정했던 시기 언니한테 물었던 적이 있어. 언니~ 나를 안다는 거, 날 사랑한다는 게 뭘까?"하고 또래 나이보다 늘 어른스럽고 직관적이었던 언니는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하고싶은 것들부터 하나씩 해보라고 말해주었어...~"


언니와의 대화는 늘 편지형식이 되어버리는데, 늘 감동받고 위로받는다. 장문의 메세지를 보낸 언니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우리가 조금 달랐을 뿐... 초아도 너무나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해 주었다.


눈물이 핑 돌고야 말았다. 내 마음은 이미 푹 익은 옥수수 알처럼 몽글몽글 말랑말랑해졌다. 언니를 조만간 만나러 가야지. 눈망울을 훔쳤다.


나는 잘 가고 있는 걸까. 며칠 전부터 낯선 도시로 떠나고 싶어졌다. 백팩 하나 달랑 메고 다녀와야겠다. 낯선 도시는 미지의 세계기도 한데, 낯선 도시의 역이나 터미널에 톡 하니 혼자 떨어지는 그 낯섬과 생경함이 그리워진건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이미 출발했다.


눈깜짝할 새 7월 여름을 지나고 있다. 요즘 부쩍 지나온 세월들이 꼭 꿈같다. 정말이지 꼭 꿈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것 처럼. 꼭 그런 느낌이다. 실재했던 것일까.


모든 것은 한낱 꿈일까.


잘 나이 들어간다는 건 잘 익어가는 것이다.

나는 잘 익어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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