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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Apr 15. 2024

평생직장은 사라졌다

정년 퇴직이 외면받는 세상


'철밥통'이라는 표현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공무원 집단에서 주로 쓰이던 말이었는데, 그만큼 직장의 안정성이 주목받던 시대였다. 60대이신 나의 부모님 세대만 보더라도 한 직장에서 오랜 근속을 통해 정년퇴임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나도 당연하던 때였다.


이른바 'MZ세대'라고 일컫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24년의 요즘, 철밥통이라는 표현은 이미 화두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경제 활동의 주체가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과정에서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크게 두 가지 요인들이 떠올랐다.



가장 단편적이고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집값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제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내 이름으로 된 소박한 집 하나 구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그만큼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제 막 사회에서 첫걸음을 떼나가는 초년생들에게 부동산은 그저 꿈같은 어른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직장이 경제적인 안정성을 보장해주지 못하니 자연스레 딴 생각을 하게 된다.


'이직을 해서 몸값을 높여볼까'

'적당히 월급 받으면서 투자로 돈을 불려볼까'

'어차피 집도 못 사는데 회사는 왜 다니는 걸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떠오르는 생각의 방향성은 달라지겠지만 회사가 나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니 정년퇴임이 웬 말인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이직을 준비하거나, 이른바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투자나 창업 같은 일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경제적 여건들이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미디어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SNS 채널을 통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삶들이 존재하는지 알게 됐다. 여행 유튜버라는 직업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직종 중 하나이다.


그 외에도 좋은 학벌을 가지고도 이른바 '3D 업종'이라 불리는 일을 하며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전보다 돈은 덜 벌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 획일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저마다의 삶을 풀어나가는 모습들을 보며, 직장 생활에 갇혀있던 시야와 세계관을 자연스레 넓혀가기 시작했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그 꿈의 레퍼런스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인하고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누군가가 내가 꿈꾸는 길을 이미 걸어가는 걸 보게 된다면, 새로움에 도전하는 더 큰 용기를 얻게 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분명한 건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며 산다는 것의 기회비용이 과거에 비해 많이 커진 것 같다. 더 큰돈을 벌기 위해서든, 더 의미 있고 재밌는 일을 하기 위해서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내가 흥미를 느끼는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다 보면 자연스레 돈도 따라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고 있고,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그 본질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가 충분하다면 다시 달려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더욱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내가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세상에 수천, 수만 가지 직업이 존재하는데 평생 한 가지 일만을 경험한다는 건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뒤따른다. 다른 일을 통해 우리는 다른 영감을 받고, 새로운 만남과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최근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40대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더 도전적으로 살고 싶다는 아주머니의 말이 와닿았다. 50대가 되어서야 조리사 자격증도 따고, 도배도 하고 삶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있지만 더 도전적인 삶을 살지 못한 게 아쉽다는 내용이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참 와닿는다. 나의 30대는 누군가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10년 전이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40대는 또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10년 전이 될 것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지는 온전한 나의 몫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훗날 돌아볼 나의 인생이 더 다채로워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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