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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리 Jul 28. 2024

도서관과 서점에 가는 이유

책이 있는 곳에는 만남이 있다


30대가 되어 생긴 취미 중 하나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르는 것이다. 학생 때는 그토록 멀리하던 책을 30대가 되어서야 조금씩 가까이하면서, 자연스레 책을 읽는 공간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시간이 좀 여유로운 날에는 굳이 멀리에 있는 한적한 도서관을 찾기도 하고, 약속이나 일정이 있는 날은 목적지 근처에 서점이 있는지 찾아보곤 한다.


요즘에는 주변에 책 보기 좋은 공간들이 정말 많다. 어릴 적 동네에 있던 도서관들은 허름하고 구색만 갖춘 곳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엔 건축상을 수상할 정도로 쾌적하고 멋진 도서관들이 도처에 자리하고 있다.


쾌적한 공간 덕분인지,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어서면 일단 마음이 정화된다. 요즘 안고 있는 모든 고민들을 잠시 편안하게 놓게 되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정화된 상태로 새로운 책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서가를 살펴본다.


우리가 무심코 슥슥 훑어보는 모든 책들에는 작가들의 생각과 삶이 정성스레 담겨있고, 저마다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패키지로 포장하여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책들과 경쟁하며 선택되기만을 기다린다.


종종 우리는 '베스트셀러'로 불리는 인기 도서들에 집중한다. 하지만 나는 요즘 서가에 가면, 가장 아래에 자리하고 있거나 외진 곳에 떨어져 있는 책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런 곳에서 뜻하지 않게 흥미로운 만남들이 펼쳐지곤 한다.


한때 인기 도서였으나 시간이 흘러 뒤로 밀려난 책부터, 알찬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른바 '알고리즘'을 제대로 타지 못하여 빛을 보지 못한 책까지 우연한 기회로 만나볼 수 있다.


그렇게 발견한 흥미로운 책 몇 가지를 짧게 소개해볼까 한다.




1.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


아차산숲속도서관에서 여행 서적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올해 5월에 프랑스 파리 여행을 다녀왔는데, 첫 유럽 여행이라 내심 큰 기대를 했었지만 생각보다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웅장하고 도시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뭔가 나의 취향과는 살짝 괴리가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 나에게 진짜 프랑스는 시골에 있다고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다니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하는 교수님과 그 여정을 담아줄 사진작가님이 함께 담아낸 책인데, 프랑스 시골에 자리한 양조장과 식당들을 여행하며 지역별 특징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덕분에 무역이 발달한 서쪽의 보르도 지방에서는 상업적인 스타일의 와인이, 내수 소비가 대부분인 동쪽의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보다 전통적이고 특색 있는 와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차를 빌려 프랑스 시골기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은 덤이다.


2.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오동숲속도서관 서가의 가장 아랫칸에서 발견한 책인데, 퇴사를 결심한 나의 마음과도 같은 제목에 이끌렸다. 지금은 여행유튜버로 유명한 '원지의 하루' 이원지 님의 삶을 담은 에세이다.


판자촌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오던 그녀는, 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에 알바로 자금을 모아 돌연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 특별한 계획도 없이 홀로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과연 나는 가지고 있을까. 어려운 환경과 무턱대고 떠난 여행 말미에 몰려오는 공허함과 불안함에 때로는 암울한 시기를 겪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그녀는 무언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좌충우돌, 자칫 무모해 보이는 그녀의 삶을 바라보며 새삼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늘 스스로를 겸손하게 표현하지만 엄청난 용기와 끈기를 가진 사람이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평소 조심성이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조여놨던 삶의 긴장감을 조금 풀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3. 상관없는 거 아닌가?


신촌의 한 서점 구석에서 발견한 책이다. 가수 장기하 님의 산문인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특유의 넉살 좋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묻어나는 책이다.


이 책은 시간상 완독 하지는 못했지만, 군데군데서 흥미롭고 새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탈탈 털어내 다시금 환기시키는 기분이랄까.


남들이 평가하기엔 '틀린' 방식이라 하더라도 아무렴 어때, 나한테만 의미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남들이 내 인생을 살아본 것도 아니잖아. 어차피 저 사람도 모르는 거 아닌가? 와 같은 류의 조금은 뻔뻔해 보이는 마인드가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이 된다.


책을 읽을수록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 좌우명으로 삼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드는 표현이다.




내가 30대에 도서관을 가는 이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가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만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나에게 영감을 주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다양한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이 있는 공간은 만남의 광장과도 같다. 어떤 우연과 어떤 기회로, 어떤 만남이 펼쳐진다. 그런 기대감이 존재하는 곳이다. 언젠가 광장에서 내 책도 만나볼 수 있을까, 읽다 보니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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