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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오늘은 상담사로 변신

교감과 상담

교감 역할 중에 하나가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교직원들 중에 말 못 할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도 많다. 교직원들의 내면을 살피며 위로와 격려의 말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어야 한다.  학생과 관련된 상담은 학부모를 빼놓을 수 없다. 담임교사가 있고 전문상담교사가 있지만 위기 관련 상담, 치료 관련 상담은 선생님들만의 노력으로 힘에 부칠 경우가 많다. 이때 교감이 상담협의체 총괄자의 역할을 감당해 내면 작은 힘이 되어 드릴 수 있다.



하루는 전문상담선생님이 쪽지를 보내오셨다.



"교감선생님~ 학부모 상담 주간에 상담협의체에 관한 내용을 가정통신문으로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 이러한 협의체가 있고 필요하신 분은 상담협의체를 활용하시라고"



위클래스 안에 상담협의체는 의사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권위(?) 있는 교감직속 기관이다. 교감이 총괄자가 되고 관련 담임 선생님과 전문상담교사가 입회하여 학생과 관련된 사례 등을 토의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기구다. 올해 벌써 네 번째 모임이 오늘 계획되어 있다. 어제도 상담협의체로 모였다.



선택적 함구증(함묵증)에 놓여 있는 학생을 두고 사례 회의를 가졌다. 보호자께서 상담 내방을 거부하고 전화조차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했다. 관련 담임교사들이 소집되었다. 감사하게도 3년 동안의 담임 선생님들이 모두 학교에 근무하고 있어서 그 학생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총괄자로써 최종적 판단을 해야 할 일이 남았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전화도 거절하고, 학교 방문도 거절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갑시다. 가정으로 찾아갑시다. 보호자께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우시니 우리가 찾아뵙도록 합시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저녁 7시 이후로 가능하다고 하니 날짜를 조율해 보도록 합시다."



담임 선생님께는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부탁드렸다. 반드시 내용 중에 교감이 동행함을 강조해 달라고 했다. 기적적으로 나를 통해 대화의 연결 고리를 잡을 수 있다면 교감의 직위를 활용해 보고 싶었다.



올해 상담 협의체를 제대로 운영해 보겠다는 전문상담교사의 메시지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상담 협의체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교감선생님께서 많이 바빠지실 것 같아요"


"역시 탁월하신 교감선생님 계시니 든든합니다. 초등학교 근무 올해는 더욱 햇빛이 봄날이에요"


좋다. 학생을 위해 바빠지는 것 당연한 것 아닌가. 학생의 상처를 돌볼 수 있는 선생님들이 학교에 있고, 나는 선생님들이 교육적 판단으로 진행해 갈 때 막히는 부분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 아닌가. 교감이 이럴 때 일하라고 있는 게 아닌가.



문경민 작가의 『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의 주인공처럼 어쩜 그 아이는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언제나 말하고 있어요'라고 늘 속으로 얘기하고 있을 수 있겠다 싶다. 상처를 도려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만남이 성사되고 보호자의 협조로 최선의 방법들이 연결되었으면 한다. 아이를 위해서.

이상 상담사 이창수였습니다~!



이전 15화 오늘은 비서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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