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창작동화대상 수상작
"어른들은 뭐든지 제멋대로였다. 우리가 왜 화가 나 있는지, 왜 슬퍼하고 속상해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_71쪽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배 안에서 태어난 자식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를 엄마들이 주로 한숨을 쉬며 이야기한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매일 매 순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시시각각 바뀌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욱하며 소리를 지르는 자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바로 앞에 것만 생각하고 위험천만하게 행동하는 자녀,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밤늦게 돌아다니는 자녀, 공부라고는 손끝도 대지 않는 자녀 등 이 땅의 부모들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춘기 자녀와 날마다 씨름하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초콜릿이 맛없던 날』의 유찬란 군은 공부도 1등, 성품도 1등, 친구 관계도 1등 부모의 자랑이자 마을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사춘기. 부모의 품에서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가는 유찬란의 행동은 아슬아슬하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부모의 기다림의 인내도 있었지만 아이 스스로의 회복탄력성이 내재되어 있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마냥 어리지만 않다. 의외로 생각의 깊이가 깊다.
특히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일수록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기에 스스로 혼자 살아내려는 근성이 저절로 길러진다. 좋은 쪽으로 발전하면 좋겠지만 간혹 곁길로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의 든든한 어른, 위로해 주는 친구만 제대로 만난다면 삶을 살아가는 데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렇게 좋아하던 것도 시큰둥하게 받아들인다면 아하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달콤한 초콜릿도 맛 없어지는 날이 온다. 부모에게 의지하던 모습에서 일탈을 꿈꾸는 때가 온다. 그때 당황하지 말고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올 수 있도록 멀찍이서 기다려보는 것도 부모의 지혜일 것 같다.
부모라면 이제 말수를 줄이자. 아이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열자. 교사도 마찬가지다. 아침마다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 보자. 표정에서 읽히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날 하루는 그 아이의 기분에 맞추고 기다려 주는 어른 된 모습으로 지내자.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자란다. 어른이 거울이다. 보고 배울 대상을 찾고 있다. 긴 말이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내가 너희들을 믿고 사랑하고 있다고.
교감도 그렇다. 교직원들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이해하며 믿고 신뢰하자. 기다리면 언젠가 기대에 차고 넘치도록 부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