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변종 하나에 전 세계가 떠들썩했을 때 인천 지역 소화기내과 의사 한 분이 코로나19 대응 기록을 일기 형식으로 SNS에 공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낙원 의사다. 그는 2020.1.29부터 3.27. 까지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들을 기록했고 각종 매스컴을 도배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한 소식에 대해 의사로서의 생각을 SNS에 담아냈다.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솔직 담백한 기록은 소화기내과 전문 의사의 기록이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컸다.
나도 이에 자극을 받아 교감 3년 차에 들어선 올해 교감 생활에 대한 기록을 규칙적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23.2.28.부터 소주제를 한 개를 정해 짤막하게나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2023.6.7.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교감, 100일의 기록이 완성된 날이다!
사실 매일 글을 쓰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가로운 날도 있었지만 정말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바쁜 날도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현장체험학습을 동행할 때에는 온종일 밖에 나가 있었기에 집에 돌아와서 쓰거나 또는 일치감치 출근 전에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고 출근한 적도 있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징검다리 연휴가 계속되는 날이면 이야기감을 찾지 못해 글 쓰는 일이 무척 힘든 점도 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교감, 100일의 기록>이라는 작은 목표를 이뤄낼 수 있었다.
신기한 것은 기록을 쉬지 않고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니 어떻게든 글이 써진다는 점이다. 오늘은 무슨 주제로 쓸까? 곰곰이 생각할 때도 있지만 순간 찰나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월급날을 맞이할 때 '맞다, 교감의 월급'으로 쓰면 되겠다는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고, 아내와 함께 데이트를 할 때에는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지만 '교감의 아내'라는 제목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학교 안에서 교감 생활이라는 것이 뻔한데 무슨 쓸 께 많을까,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이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혹시 기록으로 남겨진 글이 다른 교직원들에게 피해가 되거나 상처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싶을 때에는 조심스럽게 글을 쓰게 된다. '교감 일기'라는 것이 결국 학교 내 이야기가 중심이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늘까지 <교감, 100일의 기록>이라는 작은 목표에 다다를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이제 <교감, 200일의 기록>이라는 부담스러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쉽지 않은 여정이고 늘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실력도 안 되는 글쓰기로 채워 넣어야 한다는 부끄러움도 있지만 이 작은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