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학교 교무부장이 가정 일로 인해 학교에 출근하지 않아 해당 학년 수업을 내가 맡기로 했다. 수업을 이어서 할까 하다가 밖에는 비도 오고 해서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학년 1반 2시간, 4학년 2반 2시간 총 4시간을 도서관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 아이들 보고만 책 읽으라고 하면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아 나도 그들 곁에서 함께 책을 읽었다. 점심시간 전까지 꼬박.
그런데 거짓말 하나 안 붙이고 4학년 친구들이 쥐 죽은 듯이 책을 읽었다. 몸이 근질거리기도 할 텐데 끽소리 하지 않고 책을 읽어냈다. 서가에서 책을 빼 오는 것 말고는 자기 자리에 앉아 눈으로 글을 읽고 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외에는 정말 조용하게 책을 읽었다. 신기방통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고 싶어 꼼짝하지 않고 책을 읽었더니 한 권을 거뜬히 읽을 수 있었다. 나 보고 아이들 관리하라고 하면 나는 무작정 도서관을 선택할 것 같다. 몇몇 아이들에게는 고통스럽겠지만 말이다. 나의 의도는 이렇다. 잠깐이라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보는 경험을 갖게 해 주고 싶고, 이참에 억지로라도 제법 글밥이 많은 글들을 읽어보는 훈련을 경험시켜 주고 싶었다. 물론 부작용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책에 대한 거부감, 도서관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2018년부터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이 도입되면서 정규 수업 시간에 책 한 권을 온전하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평소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아이들도 수업을 통해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학교도서관활용수업, 133쪽)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배운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깨우친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 한 권을 집중 있게 읽게 되면 책의 단어, 문장을 깊숙이 파고들기 때문에 사회, 역사, 문화적 배경을 배우게 되고 깊은 이해력을 통해 확장 도서로 뻗어 갈 수 있다. 슬로리딩이다. 책 한 권이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한다. 또 한 권의 책이 읽고 싶어지게 한다. 관심 있는 작가의 책을 찾게 만든다. 배경 지식이 쌓이니 책 읽기가 예전만큼 어렵지 않게 된다.
촘촘히 책을 읽어 내려가고, 내 삶과 연관 지을 때 책 한 권이 발휘하는 영향력은 인생을 변화시킨다. 사람이 책을 만들지만 결국 책이 사람을 만들기 때문이다. 책 한 권에 푹 빠질 때 말이다. 모든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책 한 권에 푹 빠져 자신의 진로를 찾고 인생의 살아갈 이유를 찾길 간절히 소망한다.
자신을 성찰하고 인생의 목적을 발견할 때 그 책은 '인생의 책'이 된다. 사서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해야 할 몫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