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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Jun 24. 2023

교감, 오늘의 기록들

일기, 글쓰기의 재료가 된다!

일기를 쓰는 행위의 1차 목적은 기록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일기를 새로운 일이나 작품의 재료로 쓸 수 있다. _일기 쓰는 법, 96쪽




2년 전 : 교감 1년 차 2021년 6월 24일의 기록




아침부터 교장님께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기분 좋게 해 드리려고 말씀을 많이 드렸다. 점심 식사 후에는 뒷 산에 산책을 가자고 말씀하신다.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감사했다. 교장님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삿갓봉 가파른 입구까지 걸어서 다녀왔다. 운동화 한 켤레를 준비해 두어야겠다.


- 가끔 신지만 학교 신발장에 등산화 한 켤레를 항상 두고 다닌다. 그렇다고 집에 등산화가 또 있는 것은 아니다.


내려오는 길에 학교 부지 텃밭에 심긴 살구나무와 매실나무에 과실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보았다. 땅에 떨어진 살구를 먹었는데 군침이 돌았다. 크기도 엄청 컸다.

- 체육관 신축으로 아깝게 뽑혀 버렸다.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다. 먹음직한 살구가 달려 이맘때 따다 먹는 재미가 솔솔 했는데....




오후에는 맹방에 있는 시스포빌 리조트 대연회장에 다녀왔다. 마이스터고 바로 뒤편에 있었다. 민주적 회의 문화 만들기 공동연수 퍼실리테이터로 급하게 투입되었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 투입이다. 속초 세 번, 삼척 한 번. 연습을 거듭하면서 회의 기법이 귀에 익숙해진다. 참여자보다 퍼실로 참가하니 배움이 된다. 배운 회의 기법은 내 강의에도 적용하고 있다. 일석 이조다. 우리 학교 회의 시간에도 활용한다. 일석 삼조다.


반가운 얼굴을 보았다. 원덕고 유** 선생님. 10년 넘게 못 보다가 연수장소에서 보게 될 줄이야. 곽** 부장님도 뵀다.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누며 권** 교감님 소식도 들었다. 92학번 동기들도 회의 장소에서 만났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스승님 따님도 보고 남편 되는 선생님도 보았다. 마이스터고에서도 선생님 한 분이 오셨기에 둘째 진학 상담도 잠깐 나눴다. 퍼실로 참가했는데 엄청 피곤했다.

- 그때의 기록을 보니 출장 가서 사람 만나는 기쁨을 많이 누렸던 것 같다. 새로운 지역에 발령 나면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1년 전 : 교감 2년 차 2022년 6월 24일의 기록



교육활동지원인력 2학기 채용을 위해 보건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중요한 결정은 교장님께 있으니 직접 교장실에 들어가 말씀드리라고 했다. 이 방법이 가장 무리가 없고 신속 정확하다. 내가 중간에서 이래 저래 결정하더라도 결국 교장님 선에서 수정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담당자가 교장님과 직접 대화하도록 안내해 주는 게 지혜로운 방법이다.


- 경험이 없는 교감 때문에 교장님께서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죄송한 마음 가득하다.




젊은 교사들의 행동에 크게 민감해하지 말아야겠다. 나름 이유가 있고. 좋은 점은 먼저 생각하면 화낼 이유도 없다. 잘하는 것 위주로 생각하면 좋게 보게 된다. 태도를 고치려고 하고 잘못된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서로 간 피곤해진다.


삿갓봉 오르기 전에 산 길을 가다 보면 자두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작년에는 안 보였는데 올해는 보인다. 오고 가며 대여섯 개씩 따 먹는다. 크기는 작아도 나무에서 직접 따다 먹으니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연수가 되면서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한다. 오월에는 산딸기, 유월에는 자두, 가을에는 감을 따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다. 소소한 행복은 찾으면 된다. 불평하고 더 좋은 곳만 바라면 현실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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