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 나의 입원일기
수술전검사라는 것이 있다. 안전한 수술을 위해 혈액검사, 요검사, 간기능 검사, 심전도, 흉부 X선촬영 등을 진행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수술전검사 하고 가세요' 라는 말은 꽤 당황스러웠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요? 저 정말 수술하는 건가요?
수납을 하는데, 더 이상 돈의 액수가 중요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수술로 가득 찼다. 비싸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고, 내가 온전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래서 사람은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니까.
수술전검사 결과와 수술 날짜를 잡기 위해 이틀 후에 병원을 다시 가야한다. 우선 시간을 낼 수 있는 엄마만 본가에서 올라오기로 했다. 엄마는 통화 내내 근심 걱정 가득한 말투였는데, 나는 거기에 농담을 할 수 없었다. 나 역시도 매우 불안했기 때문에.
이틀 후 병원에 방문, 교수님의 설명을 듣는 엄마는 연신 '어떡해, 에휴, 어쩜 좋아'를 연발했다. 생각보다 꽤 큰 물혹의 모습이 사진을 보자 더 실감났다. 첫 소견서를 받았을 때 대략 10cm 정도라고 들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웬 걸, 평면으로 대충 봐도 12cm는 되어보이고, 실제로는 부피까지 있으니 입체적으로 보면 최대 18cm는 된다고 한다. 교수님께서는 체구가 워낙 작은데 18cm나 되니 아마 수술 후에 배가 훌쭉해질거라고 하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먹어도 배가 나왔던 이유를 이렇게 깨닫다니(!)
수술은 까봐야 알 것 같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복잡할 수도 있고, 까보니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다고. 우선은 구멍을 뚫어 내부를 보며(복강경 수술 방식으로) 진행해보고, 도저히 안될 것 같으면 개복수술을 진행한다고 하셨다. 일단 나 역시 10cm정도 되니 복강경으로는 어림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혹여나 의외로 간단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생각으로 개복수술 후기를 폭풍 검색했다. 나처럼 림프관종으로 수술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고 대부분 자궁근종때문에 개복수술을 하는 듯 했다. 그런데 후기를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공포감이 밀려왔다. 수술 직후 밀려오는 [죽을 듯이 아픈 끔찍한 고통]이 공통적으로 묘사되었다. 나름 아픈 걸 잘 참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은 맞겠지?
개복수술 후기를 보며 필요한 준비물도 수집했다. 사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음가짐]이긴 했다. 우울증을 깊게 앓았던 내가 과연 그 상황에서 부정적 생각을 안할 수 있을까.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는 과정에서 또 땅굴을 파고 우울감에 젖진 않을까. 내가 그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것들. 아픔을 겪는 과정에서 '역시 나 따위는 그냥 죽어버리는게 나았어' 라고 자책을 할까봐 겁이 났다.
그렇기 때문에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부모님 앞에선 절대 티내지 않고 별거 아닐거라고 안심시켰다.
- 그래, 인간으로 살면서 한번 정도 큰 수술을 해봐야 하지 않겠어? 경험할 건 다 해봐야지!
- 세상에 나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많겠지, 그만큼 안전하다는 거 아니겠어?
- 나잇살 때문에 배에 살이 쪄서 바지가 안 맞는 줄 알았는데 망할 혹 때문이라는 거잖아?
- 평생 허리가 아플 줄 알았는데 이것도 혹 때문에 아픈거였어!
- 최소 12cm나 되는 물혹이 빠지면 살도 빠진 것 같고 배도 들어가겠지?
- 2일을 고생하면 10년을 건강하게 사는데..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