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수술대에 오르며

챕터 1 - 나의 입원일기

by 여우씨

수술하는 것은 겁나지 않았다. 어차피 전신마취를 하는 것이고, 그 동안의 나는 기억이 없을테니까. 다만 수술 후 후유증이 걱정되었을 뿐이었다. 수술 당일에도 나는 병상에 누워 어떻게 이 시기를 보낼지 궁리했다.


수술 시작 시간이 임박하여,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했다. 분주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천장에 있는 빛만 바라보았다. 수술대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 내 모습이 다소 우스울 뿐이었다.


엄마 닮아서, 아프게 태어나게 해서 미안해.


마취를 하는 순간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것 뿐인데 수술이 끝나있었다. 교수님이 수술 잘 끝났다는 말씀을 하셨고, 밖을 나오는 순간 고생했다는 엄마의 목소리에 이상하게 눈가에 눈물이 고였지만 안 그런척 애썼다. 수술로 인해 소변줄을 달고 있었는데, 보호자인 엄마가 소변통이 찰 때마다 버리러 다녀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속삭였다.


수액과 소변줄, 피주머니까지 주렁주렁 달고 있는 채로 반나절을 보냈다. 어두운 밤은 어찌어찌 보냈는데, 아침과 낮은 버티기 힘들었다. 특히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들이 식사시간 때마다 밥을 먹으며 도란 도란 얘기하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미칠 것 같았다. 당분간 금식을 해야하는 나 때문에, 엄마는 늘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빵을 사와서 끼니를 때웠다. 사실 내가 버티기 힘들었던건 엄마의 존재였다. 제일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제일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가감없이 보여줘야 하는 기분. 난 늘 엄마 앞에선 강한 존재이고 싶었다.


교수님은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하셨지만 이틀 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첫 번째로는 아픔을 견디기가 힘들었고, 두 번째로는 정신적인 고통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동안 어떻게든 잠재웠던 우울감이, 입원하는 동안 폭주하듯 몰아쳤다. 걷는 것 조차 힘든 나에겐 그저 잠에 드는 것이 최선이었다. 마취때문인지 주변이 어지러웠고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혹시나' 했던 무통주사 부작용 때문에 헛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먹은 것이 없어서 위액을 토해내기도 여러 번.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감히 이 시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길지 않은 입원기간이었지만, 나는 왜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 그토록 병원을 질색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환자의 하루 일과는 매우 규칙적이고, 뻔하며, 지긋지긋 했다.


그 무렵 나는 어둔 밤에 병실을 나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와 독대를 했다. 병실에선 말하기 조심스러웠던 것도 있지만, 엄마 역시 창 밖만 보며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에 나는 이 우울감을 꼭 이겨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처럼 별로 시덥잖은 얘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병실을 나온 것만 같았다.


후에야 들었지만, 나는 태생적으로 장기가 미완성으로 태어났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고 잔병치레를 했던 것도 이것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따로 방법이 없다고, 그저 건강검진 잘 하고 잘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고. 그건 뭐랄까, 나를 조금 안심시키는 말이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처음부터 아픈 사람임이 낫겠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퇴원 후 약 2주간을 내 곁에서 생활하셨다. 작은 원룸이라 엄마에게 내어 줄 침대조차 없었지만 엄마는 이게 편하다고 하셨다. 매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장을 봐오고, 청소를 하셨지만 엄마는 이게 편하다고 하셨다. 오히려 우리 집 반려동물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건강식을 먹어서 그런건지, 몸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었다.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또 그 말을 하지 못했네.


고마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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