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친구가 없는 사람

챕터 2 - 우울증 극복기

by 여우씨

모두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며칠을 고민했고, 어떻게든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하면 좋아하겠지"가 아니라, "이렇게 하면 싫어하지 않겠지" 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 눈초리가 차갑고 매서워도, 나는 홀로 느끼는 무안함을 꾹꾹 참아내며 좋은 사람이 되기를 애썼다.


"걸레 냄새 나."

"창녀 지나간다."


누군가가 그렇게 얘기해도, 참을 수 있었다. 아니. 참아야만 했다. 적어도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 나를 둘러싼 헛소문이 여기 저기를 넘나들며 더 커지고 자극적으로 변하는 동안에도,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 -그래서, 내가 그런 오해를 받았던 거야."

"그렇구나."

"힘들었겠다."


몹시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들은 금세 주제를 바꿨다. '그런데 있잖아, 그 때 그 오빠가-' 하며 영락없는 청춘 여대생의 연애 얘기를 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내 욕을 할 땐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아이들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더 이상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가 아니게 되었다. 나에겐 고통의 시간이었던 그 얘기들은 그녀에겐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몇날 며칠 어떻게 해명할지 고민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사람들은 궁금하지도 않은데'


수많은 소문의 중심에 서 있는 그 사람의 진실 따위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긴 것 뿐이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사이비에 현혹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심하게 여기겠지만, 나도 사이비에 잠시 빠졌던 사람으로서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걸 잘 알았다. 아무튼, 그들은 나에게 그랬다. "전생에 남자로 죄를 너무 많이 져서 여자들이 너에게 한이 많아" 그게 내가 가위를 눌리고, 여자친구들에게 미움을 많이 받는 이유라고 그랬다. 학창시절 꾸준히 왕따 혹은 은따를 당했던 내가 여중-여고를 나왔기에 더욱 그럴 듯해 보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인간관계를 정리했다. 너무 많은 감정 소비가 있었다. 그런 의미 없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남아 있는 친구가 하나 둘씩 줄어갔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니, 실은 개의치 않은 '척' 한 거다. 사실은 남아 있는 관계마저도 진실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너를 믿고 있어, 근데 너도 나를 그만큼으로 생각하니? 사실은 말야, 너를 믿고 있긴 하지만 동시에 믿지 못하고 있어.' 그 이유는 그 사람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가 상처 받을까 봐 겁이 나서 미리 준비한 방어기제였다.


이따금씩, 나처럼 친구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인터넷 세계에서 그런 사람이 꽤 있는 것 같긴 한데 과연 나만큼 느끼는 고독감일까 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무리에 섞이고자 노력하지 않았다. 그건 다 부질 없는 관계임을 너무 늦게 깨닳았다. 정확히는, 여러번 데이고 나서야 깨닳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려고 한다. 너무 많은 정을 주지 않으려 한다. 그 사람을 믿되, 100% 온전히 믿지 않으려 한다. 인간관계는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마치 내가 상대방 모르게 3번의 기회를 주고 매몰차게 끊은 것 처럼.


받은 만큼만 주고자 하는 나는 과연 계산적인 사람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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