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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D

by 최동준 Jan 30. 2025
Instagram @_o.r.c.a _WWRW_22

 헤밍웨이가 글쓰기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저 타자기 앞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랬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했나. 엉엉. 먹잘알 헤밍웨이 센빠이. 엉엉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검사지 결과가 2년 전에 비해 좀 더 길어졌다. 전에는 죽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이젠 죽는 게 나아 보이는 사람이 된 거 같다. 온갖 말들이 많다. 불안, 우울, 비지지, 자살, 경계선, 조현병, 수면장애. 그래도 나보다 오래 앓은 사람도 있지, 이 정도는 심각한 것도 아니지, 솔직히 나 같은 사람 많겠지 싶다. 바뀐 약은 좀 더 평범해진 거 같다. 잠 오는 약이 좀 더 생긴 거 말곤. 그러고 보니 우리 원장님은 편견도 없는지 마지막에 갔을 때보다 20kg는 더 찐 거 같은데, 밥도 잘 못 먹고 그러냐는 말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아뇨, 엄청 먹어요. 히히. 와구와구. 히히.


 옛날에 R=VD 뭐 이딴 말이 돌았던 거 기억난다. 간절히 바라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동기부여도 될 뻔했으나 나 같은 사람에겐 좀 웃긴 거 아닌가. 출퇴근 시절 항상 건너 다녔던 성동교도 울타리가 낮아서 중랑천의 이정표 같은 게 될까 싶었는데. 어떻게 살아야 안 죽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풍만한 감수성은 죽기에 딱이며, 여전히 우울은 나의 힘이라고 믿는다. 사랑은 초월 어찌구는 이젠 잘 모르겠다. 누가 나를 좋아한다, 사랑한다 그러면 이젠 좀 무섭다. 혹시 그쪽도 정상은 아니시죠? 히히. 제가 성수동 양날검이거든요. 히히.


 한 친구에게 내 SNS를 봤는지 힘들면 연락하라고 연락이 왔다. 역시 예비군 훈련에서 만난 친구가 말했나 보다. 다시 얼굴 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될지 감도 안 온다. 그때 기억나냐고 해도 그게 7년 전일 텐데. 그렇게 헤어지게 될 때가 비 오는 날이란 것도, 그날 밤 한참을 밖에서 펑펑 울었던 것도 기억난다. 무슨 말이 어떻게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들 사이에선 일종의 반역자 같진 않을까, 우정 보단 동정이 앞서지 않을까 싶어서 그들의 안부만 물었다. 아참, 그땐 내가 70kg 말라깽이 시절이었는데. 나 지금 돼진데. 호진이도 보자마자 살 많이 쪘다 그랬는데. 히히. 옷장엔 이제 못 입는 옷 밖에 없는데. 히히.


 삼 일 동안 글 한 편씩 쓰고 있는데 역시 필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낀다. 브런치에도 옛날에 썼던 글만 올린다. ‘랑사’는 정말 지금 다시 쓰라고 하면 절대 못 쓴다. 여전히 사람과 사랑이 힘들다. 옛날부터 취미와 돈벌이는 확실히 구분되어야 된다고 말하고 다녔다. 음향으로 돈을 버는 글쟁이로 살고 싶었는데, 음향도 이젠 자신이 없고 문장 또한 하나하나가 맘에 들지 않는다. 최후의 보루였던 주택청약 해지 후기 같은 걸 찾아본다. 얼마 되지도 않지만 아껴서 쓰면 몇 개월은 또 버틸 수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밖에 나가면 돈인데 오천 원이나 하는 카페에서 끄적이고 있네. 엉엉. 주택청약 깨면 엄마가 무진장 뭐라 할 텐데.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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