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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in Apr 02. 2024

월광

보름에 들리는 소나타

어렸을 때 한동안 외가댁에서 지내면서 합천 근처의 초계면에서 지내왔다.

외진 곳이라서 내가 있을 때만 해도 주차장은커녕 자동차보다 시장에 있는 생선들이 더 많을 정도였다.

바로 뒤로는 산이 있고, 학교는 초등학교랑 중학교가 함께 붙어서 하나밖에 없는 곳.

아침에 일어나면 숯 태우는 냄새와 닭 우는 소리가 마을 어디서든 맡을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다.

그때는 뒷산에서 범이나 처녀귀신이 내려와 잡아간다는 말을 믿었던 시절.

그 시절 보았던 달이 문득 생각나서, 이렇게 시를 쓴다.


불우했지만, 지나간 추억을 애도하며




 보름마다, 둥근달이 뜬다

 작년에는 더 컸더란다. 저 달을 바라보며

 몇 년 전에는 더 밝았을 달

 도시의 불야성 속에서 달을 보다 보면

 어릴 적 시골에서 바라보던 그 달이 떠오른다.


 화려한 조명이 없는 곳에선 으뜸, 떠오를 저 보름달은

 무대 위의 독주가, 소나타를 연주하지만

 불야성의 저 달은, 관중이나 다를 바 없다.


 나는 지금 관중을 바라보는 관중으로

 다시금 저 독주가의 소나타를 들으려

 시골 밤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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