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

K에게 그곳의 저녁노을을 보여주고 싶었다

by 아이언캐슬

K에게 그곳의 저녁노을을 보여주고 싶었다. 거기는 내가 이제껏 본 저녁노을 중에 가장 가슴을 벅차게 한 장소 중 한 곳이었다. 특히 무더위가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초가을날이면 더욱 좋았다, 해발 600m에 자리 잡은 카페의 마당 가장자리에 서면, 도담삼봉에서 시작된 거대한 U-자의 남한강이 두 팔로 부드럽게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풍광이 발아래에서 홀연히 나타나며, 바로 곁에는 공중 부양을 꿈꾸는 패러 글라이더들의 비행이 마치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구절초꽃처럼 날아다녔다.


잠시 후, 하늘과 남한강이 맞닿은 서쪽 하늘 끝자락이 은근하게 달아오르면 다양한 색채들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벌꿀보다 부드러운 황금빛을 띠는가 싶더니, 서서히 붉어지고 심지어는 보랏빛으로 익어갈 즈음이면 어느 틈엔가 옆에 자리를 잡고 나와 나란히 노을을 넋 놓고 쳐다보고 있는 쑥부쟁이들이 앉아 있었다. 늘 그렇듯이 이제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순간에도 온 힘을 기울이어 강렬한 붉은 피를 토해내는 노을은 차마 경이롭기까지 했다.

산에서 보는 저녁노을은 바다에서 보는 그것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바다에서는 물의 생기가 뜨거운 해를 삼키면서 뱉어내는 빛의 조화로움이다. 마치 물의 정령이 다양한 색채의 수채화 물감을 바다에다 감각적으로 뿌려서 그 물을 휘저으며 끓이는 듯한 모습이랄까. 점차적으로 그 물감들이 끓어오르면 형형색색의 빛의 향연은 물의 피부를 뚫고 하늘로 튀어올라 나를 삼키려는 듯 표현하기 어려운 황홀경을 만든다.


반면에 그곳 산에서 보는 저녁노을은 좀 차분한 편이다. 차분하다고 해서 결코 황홀경의 느낌이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를 집어삼키는 듯한 격한 감동은 바다에서와 한치도 다를 바 없다. 물론 구름의 형태에 따라 빛의 성격은 변한다. 열구름인 경우에는 바다에서 보는 저녁노을과 유사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슴을 다독이는 다른 차원이다. 처음에는 산이 해를 서서히 삼켜 뱉어낸 은은한 여운이 구름에 반사되며 먼 하늘부터 서서히 달아오른다. 이때쯤이면 노을을 바라보는 이들의 얼굴도 함께 핑크빛으로 상기된다. 노란빛에서 붉은빛, 보랏빛으로 점차 익어가면서 마지막 클라이맥스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