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만원 버스를 탔다.
출근 시간 버스가 그렇듯 오늘도 빽빽한 버스 안이다.
타는 사람은 많고 내리는 사람은 없고
내 뒤를 이어 사람들이 계속 버스에 올랐다.
-아니, 이건 뭐야?
버스에 올라 한 두 걸음 옮기려는데
버스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가방이 보였다.
-출근길 만원 버스에 저렇게 큰 캐리어는 뭐니!
나는 버럭 화부터 났다.
커다란 캐리어가 하나도 아니고 두 개다.
-세상에, 저렇게 큰 걸 두 개씩이나 어떻게 탔을까? 어떻게 끌고 왔을까?
그 짧은 시간에 내 머릿속은 물음표 투성이 결국 짜증이 났다.
바로 그때였다.
-저기, 이거 손으로 만져도 될까요?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슬쩍 쳐다보았다.
-이게 자꾸 움직여서 붙들어 들여야 할 것 같아서요.
버스 안에 사람이 많아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앳된 남학생 같았다.
남학생이 캐리어 주인에게 물어보는 거였다.
캐리어 주인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남학생은 캐리어에 손을 대고 서 있었다.
나는 순간 멍해졌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커다란 캐리어를 보자마자
뒤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 있어야 하는 상황에 화부터 났다.
그런데 저 남학생은 뭐지!
갑자기 화가 난 내 마음이 초라해졌다.
만원 버스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타야 했던
승객은 얼마나 민망했을까?
나는 내 입장만 생각했다.
하지만 남학생은 그 승객의 불편한 마음을 읽고 있었다.
그 사이 버스는 두 정거장 지나 지하철 역에 섰다.
캐리어의 주인은 지하철 역에 내리려는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제가 들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가방을 하나씩 들고 같이 내렸다.
겨우 두 정거장을 참지 못한 나,
복잡할 수밖에 없는 버스 안에서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내릴 때 보니 캐리어 주인은 여학생으로 보였다.
방학이라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것인지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여학생 내 동생일 수 있었다.
내가 알 수도 있는 누군가였을지도 모른다.
그 남학생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복잡한 버스 안에서 그런 배려를 실천할 수 있었다는 것,
교과서에서 배운 것일까?
그날, 그 남학생의 마음과 배려가
버스 안에 서 있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만원 버스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