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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점

프롤로그

by 디오소리

두 번째 일기장을 펼치며,
나는 다시 아주 작은 점 하나를 찍는다.

처음 일기를 시작할 때처럼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냥 오늘의 마음이, 오늘의 말투 그대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어제의 나는 이미 한 권 속에 눌러 담아 두었으니,
이곳에는 오늘의 나, 그리고 조금씩 변해 갈 내일의 내가 앉게 될 것이다.


‘나만의 일기장 2’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이건 거창한 연재도, 멋진 프로젝트도 아니다.
그냥 하루를 버티고 돌아와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슬쩍 말 걸어 주는,
내 편의 자리를 하나 더 만든 것에 가깝다.


어쩌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만 반복할지도 모른다.
또 같은 걱정을 하고, 같은 데서 웃고,
같은 말투로 투덜거리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그 속에서 아주 작게 방향이 틀어지고,
아주 느리게 마음이 자라나는 걸


조금은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다시 이 페이지들을 펼쳐 본 누군가가,
혹은 미래의 내가,

“아, 그때 나는 이런 표정이었구나” 하고
살짝 웃어 줄 수 있다면,
이 첫 점은 충분히 따뜻한 시작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또다시
잔잔한 방 안에서 조용히 일기장을 열고,
두 번째 이야기의 첫 점을 찍는다.
나만의 일기장 2, 여기서부터 천천히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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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오소리 · 글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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