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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나 Feb 12. 2024

겨울. 겨울. 겨울.

겨울. 겨울. 겨울. 희미하고 눅눅한 내 숨은, 내 삶의 흔적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계속 한밤중이면 좋겠어요. 우울로 푹 적셔진 내가 상냥한 어둠에 묻혀 녹아들었으면 좋겠어요.


새벽. 새벽. 새벽. 외로이 남겨진 이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라 사랑스러워요.

눈 앞에서 반짝이는 건물들의 불빛이 별빛도 달빛도 죄 삼킨 채 점멸하는군요.


아! 우리 모두가 통 속의 뇌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차별도, 고통도, 고독도, 우울도, 슬픔도, 자책도 그 무엇도 없이 행복만을 음미하는 거예요.

크고 작고, 강하고 약하고, 못나고 예쁘고, 가난하고 부유하고 그런 차이도 없이 평등만을 누리는 거예요.

들꽃도, 바람도, 짐승도, 강물도, 바다도, 하늘도, 구름도 무엇이든 내가 바란다면 될 수 있는 거예요.


아! 모두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한낱 한시에 모두가 행복한 꿈을 꾸며 잠들고 숨이 천천히 멎어가는 거예요.

달콤항 향기, 따사로운 봄바람, 상냥한 햇볕, 노래하는 시냇물, 지저귀는 새소리가 가득한 낙원에서 눈을 뜨는 거예요.

외면이 아닌 오로지 내면만을 마주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는 이들만이 가득한 낙원에서 평생을 보내는 거예요.


아! 나는 모두를 사랑하고 싶을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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