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 너머에는 슬픔이 있다
출근을 하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내렸습니다. 역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시청 앞 광장이 나옵니다. 시청 건물을 향하여 모인 분들을 마주합니다. 무언가를 애타게 호소하는 목소리에 울림이 있습니다. 그 뒤편으로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오신 분들이 선선한 날씨를 즐기며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광장 한편에 마련된 운동시설에는 환자복을 입은 몇 분이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광장 중앙에는 비둘기들이 무언가를 부리로 쪼고 있습니다.
광장에는 다양한 모양으로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작 광장을 채우고 있는 것은 나무와 꽃입니다. 제자리에 그냥 있음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광장 바깥쪽으로 울타리 역할도 하고 광장 내부에서 예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가을의 정취를 물씬 내비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것은 풍경이 됩니다. 시선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아름다운 광경으로 비추어집니다. 무언가 안타까운 것이 있어 시위를 하고, 몸이 아파 환자복을 입고, 살기 위하여 먹이를 찾고 있지만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일상으로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모두 생존입니다. 절박함과 아픔과 살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존재가 어디에 있던지 힘들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을까요. 산책을 나선 분들에게도 알지 못하는 나름의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힘든 고민을 안고 이렇게라도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 것이 아닐까요.
비둘기들이 무언가에 놀란 듯 날아오르더니 이내 사람 옆을 낮게 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