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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딜라이트R Dec 24. 2023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스케치북에 그림 그리듯 우리 조직 그리기

당신이 속한 조직은 어떤 조직인가?


우리는 쉽게 조직을 비판하고 평가하는 말을 한다.

그런데 말이다. 

모든 조직은 3인이상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조직 구성원인 나는 그 조직이 어떤 곳이라 평가받는 데에 일조하는 중이며, 조직에 대한 평가는 그 속에 있는 나를 평가하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다시 질문하자.


당신이 속한 곳은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는가?

나는 어떤 역할을 하면서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가?

나는 왜 그 조직에 소속됨을 유지하고 있는가?

내가 바라는 조직은 어떤 모습이며 나는 그런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우리 조직은 스케치북 같은 조직이다. 우리가 함께 그려가는 대로 만들어질 것이다.


-


팀장으로서 한 말에 힘을 더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하고 선포한 일들이 실현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매년 새로운 일을 만들어 성취해 냈고, 팀원들이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퍼포먼스를 함께 낼 수 있도록 도왔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안팎으로 꾸준히 홍보했다.


불평, 불만, 무기력, 두려움에 사로잡힌 팀원들의 마음이 기대감, 신선함, 설렘, 자기 효능감으로 가득해지길 소망했다. 소중한 청년의 때가 무의미하게 흘러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매일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이 일터는 팀원들이 1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그냥 시간을 보내며 스쳐 지나가는 곳이 아닌, 열정을 쏟아내고 내일을 향한 소망으로 가득한 곳이 되게 해 주세요. 한 번뿐인 지금. 이 청년의 때가 눈이 부시게 빛나는 시절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해주세요."

 

직원들이 용기 내어 아이디어를 하나씩 제시한다. 

그 수준이 어떠하든 우리 조직의 과업 해결을 위한 것이었다면 최대한 지원했다. 

팀원들의 살아나는 눈빛과 열정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우리 팀은 더욱 활약해서 부서로 승격되었다.

 

부서원들에게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우리 조직은 스케치북 같은 조직이에요. 새롭게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저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자신이 속한 조직을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 우리는 어떤 조직이 되었으면 합니까? 내가 바라는 조직의 모습을 그려봅시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요? 우선되는 가치가 무엇인 것 같아요? 저는 나가있을 테니 여러분들끼리 논의해서 우선순위까지 정해주세요."


직원들끼리 열 띄게 토론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때보다 생기와 활력이 가득했다. 

보는 내내 마음이 훈훈하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감사했고, 예쁘고 기특하고 멋졌다. 


2시간을 토론했을까? 더 나은 표현과 우선되는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행해야 하는 건 무엇인지 성심껏 고민하고 정리한다. 


"부장님, 이제 다 했어요! 우리 부서 구성원이라면, 이렇게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부서원 행동양식


모두의 생각이 모였다. 우리 조직은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마음으로 만장일치되어 부서 행동양식이 정리되었다.


이후 오늘까지도 부서 전체 모임이 있을 때마다 이 행동양식을 함께 읽는다. 

가끔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를 생략하고 싶은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럴 때마다 부서원 몇몇이 나서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부장님, 안 돼요. 우리는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지 않습니까?" 


타협하지 말아야 할 가치를 서로 살피며 지켜준다. 

하나님은 우리들과 매일 동행하셨고, 말씀으로 직원들의 영성이 하루, 하루 굳건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구성원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부서원들에게 더 좋은 환경과 양분을 마련해 주기 위해 나도 더 성장해야겠다고 느껴 격주 토요일마다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진행하는 조직관리 스터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인사관리, 팬 관리, 조직 시스템 및 매뉴얼, 코칭, 리더십, 갈등관리, 조직설계방법 등을 차분히 공부하며 지식과 정보를 쌓았다. 스터디에서 배운 내용은 내가 속한 조직과 관련 조직(지부, 협업부서 등)에 계속 전파했고, 필요한 지식은 당장 적용해보기도 했다. 


부서원들에게 슈퍼비전을 주다 보니 지부 리더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부 리더들도 유사 직무로 오랜 시간 조직에 헌신해 왔지만, 지부장으로부터 이렇다 할 슈퍼비전을 못 받는 눈치였다. 


'내가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래 없는 지부통합회의를 주도하여 시작했다.

첫 회의 때 우리 부서 리더십까지 모두 불러 모아 팀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토론을 했다. 


팀원은 지시받는 일만 실행하고 보상으로 유인해야 하며 통제해야 할 대상인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므로 모든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대상인가?

역량이란 무엇이고,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만들어가는 인재상은 어떠한가?

지금 우리 조직과 지부는 어느 성장단계 지점에 놓여 있는가?


이런 질문들을 시작으로 매월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과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갔다.

철학이 있는 조직으로 성장시키고 싶었던 것 같다.



부서 승격 1년 후 경험과 경력이 가득 찬 직원들에게 어떻게 권한을 더 부여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팀장 직책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무특성으로 인해 우리 부서에는 팀이 없었지만, 경영진은 공식팀으로 분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무척 부담스러워했었다.


고민하던 나에게 마크가 찾아왔다. 


"부장님, 부서원 중 일부만 이 팀에 소속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거예요. 이런 기준으로 전원이 팀에 소속되도록 하면 어때요? 아니면, 전부 소속시키지 않거나, 단기간만 팀에 소속시키거나..."


그가 표현한 조직도는 어설펐지만, 기존에 들어보지 못한 발상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마크는 요리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장사를 했던 직원이다. 조직 활동에 익숙하지 않아 겪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순간순간 발생하는 위험과 예상되는 문제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과 창의력이 훌륭했다. 

 

마크의 제안을 귀담아듣고 더 고민하며 조직도를 다듬었다. 


우리 단체에서는 우리 부서에서 개발하는 정기후원 개발금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정기후원개발 성과를 유지하며 거리모금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 실험이 필요하다.

직원들이 자기 효능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려면 어떡해야 할까?


성과 유지를 위해 안정적으로 업무를 운영하는 A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험하는 B팀. 

두 팀이 무경계 협업이 되도록 B팀에서 날카롭게 전략을 세우고 실험하여 안정성이 확인된 이 무기를 A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A팀의 팀원들에게는 파트장의 직책을, B팀의 팀원들에게는 파트장 또는 매니저 직책을 수행토록 계획했다. 나머지 부서원들은 파트원으로서 팀에 소속되지는 않으나, 파트장의 관리를 받는 파트원이면서 B팀 매니저가 리드하는 프로젝트 TF팀 팀원으로도 활약할 수 있도록 하였다. '파트'는 고유의 특화된 과업을 연중으로 실행해야 하며, 파트원들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파트로 로테이션되어 1년이 지나면, 모든 파트의 특화과업을 해결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다른 특별 파트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모금시장을 개척하는 전담 파트로 점진 발전시킨다.


'흠... 여태까지 보지 못한 조직모형인데... 그래서 재미있겠다!'


데이빗에게 새해 부서 조직도에 대한 상의를 드렸다. 팀이 나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보였지만, 예상되는 리스크를 대처할 방안을 모두 제시하자 한번 해보라 승인해 주신다. 


'됐다! 드디어 우리 부서에도 팀장과 팀이 생기는구나!' 


*나중에야 알았지만, 우리 부서 조직은 매트릭스 구조에 속했으며, 스포티파이(Spotify) 조직 모델과 유사했다. 이 구조는 아직까지도 NGO단체에서 활용되고 있지 않다.


사진출처: NAVER 지식백과_두산백과


부서원들은 팀원이었다가 팀장, 파트장, 매니저가 됨으로 오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익숙하지 않은 조직모형에 혼란과 어려움이 따랐지만, 한 팀의 업무가 부진하면 부서 전체가 휘청인다는 것을 느끼자 모든 부서원이 자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시켰고, 협조력과 협동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과업이 미비하면 모든 부서원이 살기 위해 달라붙었다. 


조직개편 후 1년이 지났다.


1~11월, 전년도 동기 대비 정기후원개발금 11%, 신규회원 수 17%, 후원전환율이 최대 17%가 증가했고, 부서원 조직 이탈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심지어 부서이동 대상이 되었던 직원들이 현재 업무 만족감이 높아서 타 부서로 이동하기 싫다, 이동하면 퇴사할 것이다라는 으름장을 놓는다.


2023년 10월 어느 날, 부서 리더 11명과 함께 3분기 성과평가와 4분기 전략회의를 하는데 리더들이 모든 업무평가 내용과 주요 전략을 살피며 면밀히 피드백한다. 피드백에는 서로의 업무가 잘되길 바라는 진심이 한가득이다. 피드백받는 직원은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기록하고 자신의 업무에 반영하겠다고 답한다. 부서원들의 눈빛이 빛나고 입가에는 미소가 띠어져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회의시간은 뜨겁고 빠르게 흘러갔다. 리더들이 요즘 일이 재미있고 즐겁고 감사하며 성과 욕심이 계속 난다는 고백을 한다.


2023년 12월에는 소속단체 14개의 부서 중 최고 지식경영 부서로 선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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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걸렸다.

모금현장 최전방이자 가장 변방이었고 외근직이라는 특성과 모금성과 압박으로 탈출하고 싶었던 조직이, 이제는 함께 하고 싶고 성취감이 느껴지고 일 욕심이 나는 조직으로 변하였다. 


처음 이 조직에 왔을 때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가 떠올랐다.


하나님, 팀원들이 저만 바라봐요...

그동안 고아처럼 일해 온 팀원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요.

제가 무엇을 해야 불안한 팀원들을 안심시키고 희망과 기쁨으로 일하는 팀이 될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매 순간 성실하게 응답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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