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의 끝 어느 날 밤.
우연히 네 살인 둘째 아이에게
독립에 대해 이야기를 해줄 기회가 있었다.
잠자리 독서시간, 아이가 직접 골라온 바다표범 책을 읽어주었다. 아기 바다표범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는데, 어른이 된 이후 엄마를 떠나서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에게
"나중에 ㅇㅇ도 어른이 되면 독립해야 해..
엄마 아빠를 떠나 혼자서 살아야 해"
라고 말함과 동시에 눈썹을 최대한 'ㅅ'자 모양으로 휘어지게 만들며 한껏 울상을 지어 보였다.
이어서,
"힝 우리 OO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엄마는 OO이랑 헤어지기 싫은데..."
먼 미래에나 있을 헤어짐의 감정을 소환해
장난 반스푼, 슬픔 반스푼 정도 섞인 말투로 말하며 아이의 반응을 찬찬히 살폈다.
나의 말을 들은 아이는 내 표정을 잠시 살피는가 싶더니, 토끼 마냥 동그랗게 눈을 뜨면서
라며 진지하고 약간은 과장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여 대답해 보인다. 그 말과 표정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나는 곧바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의 말은
'나 아직 아기라서 엄마랑 있을 날이 많이 남았으니, 슬퍼하지 마'로 자동 해석이 되었고,
세상밖으로 나온 지 고작 37개월 남짓. 이 작은 아이가 슬퍼하는 나의 표정과 감정을 읽어내고 위로해 줬다는 사실이 마냥 대단하고 기특했다. (도치맘모드) 이 장면을 저장시킬 수만 있다면, 눈에 담아 우울할 때마다 꺼내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사랑스러운 생명체의 볼에 마구마구 뽀뽀세례를 하며 있는 힘껏 꼭 안아주었다. 아이는 숨이 넘어갈 듯 까르르- 웃으며 내 품에 쏘-옥 들어와 안겼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또 있을 수 있을까?! 까만 밤하늘, 별들이 폭죽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을 구경한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일까? 상상해 본다. 가슴 깊은 곳에서 말로는 다 형언할 수 없는 따뜻한 무언가가 채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전쟁터 같은 순간도 많지만
반면 이러한 보물처럼 소중한 순간을 발견하는 날이 있다. 어쩌면 고된 육아 끝에 수고했노라고 내려지는 보상 같기도 하다. 이러한 소중한 순간들이 없다면, 부모는 매일 반복되는 육아의 고됨을 어쩌면 버텨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는 평생 할 효도를 유아기 때 다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마치 오늘 같은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인 것만 같다.
엄마의 손을 한참 필요로 하는 유아기를 지나
점차 성장해 가는 첫째를 보면서,
'이제 둘째만 더 키워 놓으면 나도 조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질 때가 있다.
.
독립(獨立)의 사전적 의미.
1.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
2. 독자적으로 존재함.
문득 어딘가에서 봤던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녀들의 독립이다."라는 말을 이 떠오른다.
나도 그 말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육아가 아무리 힘든 날이 있더라도..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이
나 또한
내 품에 아이들이 없을 날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아이의 말처럼
오늘은
여전히 나는 아이를 품에 안고
"ㅇㅇ 야! 크지 말래? 어른되지 말고 엄마랑 평생 같이 살까??"
라고 물으니,
아이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라고 응답한다.
가끔,
아이가
이 작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상태로,
시간이 멈춰서
평생 나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둘째 아이와의 이 사랑스러운 기억은
며칠만 지나가도 분명 금세 흩어져 사라질 것임이 분명하기에 꼭 기록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쏟아지는 잠을 억누른 채로 아이가 꿈나라로 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다 기록을 해본다.
오늘은
'네가 아직 아기라서 다행인 날'
지나고 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날,
그래서
하루하루가 더욱 값지고 소중한 날임을..
우리는
매 순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