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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율 Oct 05. 2024

에피소드 2. 나는 매일 읽고 쓰고 달리기로 했다

제2장 독서를 재테크로 연결하는 5가지 습관 만들기

  아래글은 2023년 제2회 생활체육 이야기 공모전에 제출했던 글이다. 오랜 시간 독서의 경험이 쌓이면서 매일 읽고 쓰고 달리기를 삶의 습관으로 정착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으로 이 세 가지를 실천하려 노력 중이다. 필자는 재테크를 독서를 통해서 배우고 시작했다. 그리고 글쓰기로 재테크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따라서 독서와 재테크를 평생 지속하려면 건강이 필수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달리기를 선택했다. '독서를 재테크로 연결하는 5가지 습관 만들기'와 연결하여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매일 읽고 쓰고 달리기로 했다.

 <제2회 생활체육 이야기 공모전 당선작임을 알려 드립니다.>   


  “김 수석, 직원들을 순번을 정해서 사표 내자고 했다면서?”

  “네? 무슨 말씀이신지?”

  “김 수석이 마케팅팀 직원들 불러놓고 순서대로 사표 내자고 했다는 직원들 말이 접수됐어. 어떻게 된 건지 할 말 있으면 해 봐.”

  “그런 적 없는데요. 말에는 앞뒤 맥락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직원들 지금 불러서 대면해 주세요.”


  이런 형편없는 상황이 치가 떨렸다. 꼴 같지 않은 것들을 한시도 보기 싫어서 바로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나왔다. 시원하다. 20년의 직장생활을 이렇게 끝냈다. 화가 난다. 책인들 눈에 들어오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에 한강으로 산책을 가보지만 소용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누구와도 연락도 없이 한 달이 지났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30대 후반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계기는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독서를 하게 된 것이다. 10여 년 책을 가까이하면서 깨우친 것이 있다.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은 독서, 글쓰기,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이다. 몇 달이라도 ‘독서-글쓰기-운동’에 전념해 보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40대 중반에서야 알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지금 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이 억울하랴. 나에겐 이렇게 글 쓸 또 하나의 소재가 생긴 것 아닌가. 직장과 월급으로부터의 이별은 나에게 또 다른 경험을 알게 해 줬다.



■ 독서모임에 나가다.

  독서모임에 신청했다. 주제는 ‘러너스 북클럽’. 달리기 관련 책을 읽고 함께 달리는 프로그램이란다.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은 《아무튼, 달리기》와 《I Hate Running》이다. 이미 읽은 책이다. ‘러너스 북클럽’ 첫 시간은 6명의 멤버로 시작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k 리더(운영자)는 ‘달리기 하면 생각나는 단어’에 대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마라톤, 한강, 조깅화, 운동회 등 이런 순서였다.   

   

  k 리더가 묻는다.

  “○○님은 어떤 단어가 가장 먼저 생각나나요?”

  “싸대기요.” 

  “네?” 

  난 뺨 때리는 시늉을 해 보였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왜요?”

  “초등학교 때 육상부를 했거든요.” 

  “5학년 겨울방학에 육상부는 매일 아침 9시 반까지 학교에 모여서 달리기 연습을 3시간씩 했습니다. 어느 날 하루 빠지게 되어 식구들과 아침을 먹는데, 육상부 친구들이 우리 집으로 날 잡으러 왔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선생님은 내 뺨을 후려쳤고 난 얼떨결에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두 대 더 맞았고 운동장을 뛰는데 서러웠다. 억울했고 창피했다. 내가 원해서 육상부를 신청한 것도 아니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달리기 좀 한다고 육상부로 뽑아놓고 매일 운동장을 뛰고 달리기 연습을 시킨 것이다. 그 시절은 그랬다.     

  말이 끝나자 북클럽 분위기가 싸해졌고 다들 너무 안 됐다는 표정들이다. 그냥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 분위기가 숙연해져서 주제를 빨리 책으로 돌렸다. 12살 어린 나이에도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왜 뛰고 있지?’ 자기가 원하지 않는 달리기는 노동이다. 본인이 원하는 달리기를 하자고 마음먹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 첫 러닝크루에 참석하다.

  7월 둘째 주 일요일 저녁 7시. 한강 잠원지구에서 러닝크루에 참석할 분은 답하란다. 아 고민스럽다. 갈까. 말까. 여의도 동쪽 하늘이 시커머니 비가 와줬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나가보자. 

  사실 그랬다. 집에서 모임 장소까지는 전철 두 번을 갈아타고 한 시간가량 걸린다. 달리기 한 시간 하러 두 시간을 길에서 낭비할 필요가 있나. 번거롭지만 전철에서 읽을 책 한 권을 가져갔다. 일요일 저녁. 전철 2호선은 한가롭고 시원하고 책 읽기에 딱 좋았다. 이렇게 집중이 잘 될 수가.

    

  손바닥에 착 담기는 크기의 책은 황보름의 《매일 읽겠습니다》 저자는 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휴대전화를 만드는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그런데 30살에 대기업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둔다. 마음이 끌리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몇 년간의 백수 생활을 모질게 이겨 내고 소설과 수필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책과 가까워지는 53편의 에세이. 책이 잘 읽힌다. 진하게 공감되는 내용이 있어 몇 줄 적어본다.     

  『나를 사로잡는 단 하나의 문장을 마주하는 설렘, 바쁜 와중에 10분이라도 책에 몰입하며 느끼는 뿌듯함, 친구와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즐거움, 소설 속 인물을 ‘절친’처럼 느껴 보는 재미, 책상에 앉아 제법 진지하게 삶을 되돌아볼 때의 비장함······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이러한 감정들을 누릴 수 있어서 기뻤다.』     

  앗 내려야 한다. 책에 집중하다 환승역을 지나칠 뻔한 황홀한 기분도 오랜만에 가져본다. 잠원역 4번 출구를 나와 10분을 걷다 보니 재건축이 진행되는 아파트가 나타났다. 역시 걸을 때 세상도 보이고 돈도 보인다.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출발. 두 줄로 출발하여 달리다가 사람이 많거나 병목현상이 있는 구간은 한 줄로 달린다. 나름의 수신호와 규칙이 있었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란다. 잠원지구를 출발하여 잠수교를 건너 한남대교 방향 중간지점을 돌아 원점 회귀하는 약 6km 코스다. 

  첫출발의 느낌은 완벽했다. 여름 저녁 한강의 풍경. 그대는 보았는가? 서쪽 하늘이 붉다. 강으로 떨어지는 노을은 러너도 시인으로 만든다. 마치 습하고 따뜻한 바람 노토스(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불어오는 지중해 바람)가 불어오는 것처럼. 강바람에 습기가 느껴지고 은사시나무의 흔들림이 응원의 박수처럼 들린다. 체력은 백 퍼센트요 의지는 충만하니 지금의 달리기는 영원할 지리다. 한마디로 so good.


  2km 지점부터 앞사람과의 간격이 멀어질 듯, 잠수교 중간지점 볼록 튀어나온 언덕이 정말 언덕으로 느껴진다. 위험 신호가 온 것이다. 그래도 안간힘을 써 본다. 왕년에 육상부 출신인데, 싸대기도 생각나고, 자전거 탈 때 잠수교는 껌이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가면서 반환지점은 아직도 멀었다. 출발점에서 3km 못 되어 난 러닝 그룹에서 이탈했다. “좀 걸어갈게요. 먼저 가세요” 후미로 빠진다.

 

  돌아오는 구간은 땅만 봤다. 잠수교 물 분수가 쏟아지고 조명이 켜졌다는데 잘 모르겠다. 괜히 왔다는 아주 조금 후회도 있었을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듯 뛰고-걷고-뛰면서 6km 달리기도 끝났다. 함께 달려주는 이들이 있어서 완주할 수 있었다. 매주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갔고 달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 달리면서 무슨 생각해?

  혼자 달리기를 지속할 의지가 없기에 독서모임의 러닝크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러닝크루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다. 혼자서도 몇 킬로미터쯤은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매일 달리는 습관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한동안은 달리면서 계속 지겹다는 생각이 많았다.

  달리면서 무슨 생각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도대체 달리면서 뭔 생각을 하는 거야. 힘들고 단순하며 재미없는 운동을 지속하는 이유가 뭘까. 이런 질문의 답이 책에도 나와 있다. 


  좋아하는 작가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 매일 한결같이 일정량의 글을 쓰고 한 시간쯤 약 10km를 달린다. 그의 소설보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하루키에 매료되었다. 그의 삶의 방식을 나에게 적용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천까지 10년이 걸렸다. 매일 읽기는 몸에 배었다. 하지만 매일 쓰기와 매일 달리기는 지금도 노력 중이다.

     

    『달리고 있을 때 어떤 일을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대체로 오랜 시간을 달려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깊이 생각에 잠기곤 한다. 글쎄, 도대체 나는 달리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제까지 달리면서 무엇을 생각해왔는지,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중간 생략– 

때때로(그런 것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소설의 괜찮은 아이디어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달리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칙적으로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서 달리고 있다.』



■ 나의 달리기는 여행몰입생각 정리다

  나한테 달리기는 무엇인가? 세 가지로 정리가 된다. 첫째, 나의 달리기는 여행이다. 낯선 도시를 걷고 뛰면서 여행한다. 도시의 공원, 광장, 강변, 골목, 아파트 단지, 상가 거리를 달린다. 달리면 도시의 풍경도 날 따라온다. 함께 숨을 쉰다. 건축물의 크기와 높이를 가늠할 수 있고 파사드와 건축양식 설계 의도가 보인다. 도시마다 이미지가 있다. 냄새도 다르다. 높낮이 형태도 다르다. 강을 낀 도시는 여유롭고 낭만적이다. 바다를 품은 도시는 개방적이고 시원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푸근하다.


  내가 그동안 달린 곳들을 정리해 봤다. 호수를 품고 바다를 접한 ‘속초 영랑호 한 바퀴’, ‘강릉 경포호 소나무 해변 길’, 동해물과 백두산으로 시작하는 ‘동해 촛대바위’에서 ‘삼척해수욕장 해변 길’, 삼척의 관광명소 ‘삼척 새천년도로’와 ‘맹방해수욕장 소나무길’, 바람의 언덕 ‘영덕 해파랑길 20코스’, 바람의 섬 ‘제주 사려니숲길’, 역사와 전통의 ‘전주 혁신도시 기지제 둘레길’, 근대 문화유산을 간직한 ‘군산 은파호수 둘레길’, 이승만·김일성 별장을 품은 ‘고성 화진포 둘레길’, 수직의 나무 터널을 달려볼 수 있는 ‘평창 월정사 전나무길’, 두 강이 서로 만나는 ‘정선 아우라지 뚝방길’, 구한말 천주교 박해의 아픔을 간직한 ‘서산 해미읍성 한 바퀴’, 마음을 열어주는 ‘서산목장 개심사 가는 길’, 영산강을 품은 ‘나주 혁신도시 빛가람 호수공원 한 바퀴’, 책과 예술인의 ‘파주 헤이리 마을 한 바퀴’, 한강 낙조가 아름다운 ‘김포 한강신도시 뚝방길’을 걷고 달렸다. 이들 중에서 최고를 뽑으라면 ‘서울 한강 달리기’다. 왜냐고? 가까우니까.


  두 번째는 몰입이다. 달리면서 하나의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의 달리기 목표는 ‘걷지 않고 10km를 한달음에 달리는 것’이다. 시간 단축은 중요치 않다. 한 시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체력이면 족하다. 힘들다. 지겹다. 그만 멈출까. 이런 고통을 느끼지 않고 구름에 뜬 듯한 가벼운 몸 상태로 ‘몰입’하는 달리기를 경험하고 싶다.

  머릿속에는 읽은 책을 다시 불러내 주인공과 대화하고, 현재 내가 써야 할 또는 쓰고 있는 글쓰기 주제를 생각하며 구성을 짜고 등장인물을 서사로 이끄는 작업을 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운동(달리기)하면서 독서와 글쓰기를 병행하는 것이다. 운동은 집중력과 창의력을 키워준다. 땀을 흘린 후 공부가 더 잘된다. 걷고 달리다 보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한근태의 《공부란 무엇인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입력의 핵심은 독서지만, 출력의 핵심은 걷기입니다. 걸으면서 하는 공부, 그냥 걷는 게 아니지요. 배운 걸 떠올리면서 걷는 겁니다.』 정답이다. 이 방법을 꾸준히 실천해 보려 한다. 20세기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는 운동에서 구원을 찾으라고 했다. 역시 운동만이 살길이다. 오늘 12km를 걷고 달렸다.


  세 번째는 생각 정리다. 10년 넘게 독서가 축적되면서 하고 싶은 또는 이루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반면에 집중력은 분산되기도 한다. 생각이 많아질 때 난 달린다. 문제해결과 집중력이 필요할 때 또 달린다. 나한테 달리기는 생각 정리기다.

  하루 중 언제 달릴 때 생각 정리에 가장 좋을까? 난 일과를 마치고 저녁 달리기가 효과적인 것 같다. 끝나지 않은 업무, 사람 관계에서 온 서운한 감정들, 내일 해결할 업무의 답을 찾아본다. 사실 달리다 보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그냥 넘기면 되는 것들이다. 그렇게 하자라고 결론 내린다. 그럼 끝이다. 나에게 달리기는 결단을 내려주는 해결사다.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을 찾았는가? 돈, 명예, 권력, 학벌, 사랑도 중요 하지만 나한테는 ‘독서-글쓰기-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매일 읽고 쓰고 달린다. 그렇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루가 고통스럽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책이 해법을 알려 줄 것이다. 성장하는 인생을 추구한다면 글쓰기를 추천한다. 조금 더 발전하여 본인 이름의 책을 내 보는 것을 권한다.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몸이 무겁고 스트레스에 머리가 복잡한가? 그럼 운동이 답이다. 몸은 가볍고 머리는 맑아지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지금 당장 실행하는 것이다. 두 달간의 러닝크루는 10km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줬다. 출판사와 책 출간 계약을 했고 글쓰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매주 2, 3권의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작성한다. 이 모든 것은 습관의 힘이며 함께 달리기의 긍정적 요소다. 올여름 달리기는 내 몸 일부로서 동반자가 되었다. 평생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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