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보는 아줌마’. 드라마를 보며 즐거움을 찾는 나를 향한 시선에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그 말 한마디에 담긴 의미는 어쩌면 단순히 오락에 빠져 있는 모습으로만 치부하고 싶은 편견이 담긴 건 아닐까 싶어 말이다. 아줌마가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그게 부정적인가? 그렇다면 아줌마는 무슨 일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나는 종종 일상의 쏠쏠한 즐거움을 찾으려고 드라마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재미가 있든 없든, 일단 새로운 드라마가 등장하면 그 정보들을 꼼꼼히 찾아보는 것이 나의 작은 의식이다. 누가 캐스팅되었는지, 어디서 방영할 예정인지, 어떤 주제와 전개 방식이 담겨 있을지 하나하나 탐구하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일종의 예고편과도 같은 설렘을 선사한다. 드라마 한 편이 내 앞에 펼쳐지기까지의, 이 기다림은 마치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과 비슷하다. 기대를 품고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골라보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즐거움이 됐다.
최근 눈에 들어온 드라마 두 편이 있다. 하나는 <지옥에서 온 판사>이고 또 하나는 <정년이>라는 작품이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범죄자에게 확실한 처벌을 내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매회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는 부분이 있어 약간 느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범죄자들이 응당 받아야 할 심판을 받는 그 순간마다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야기가 특별히 혁신적이지는 않더라도, 단호한 처벌의 시원함 덕에 계속해서 시청하게 된다. 때로는 우리 삶에서도 이렇게 명확한 정의가 실현되면 얼마나 좋을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사회는 그런 방식으로 흘러가지 않음을 알지만, 드라마 속에서는 그 응징의 순간을 통해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건 나에게 작은 해방구와도 같다.
또 다른 드라마 <정년이>는 단순히 이야기의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를 넘어, 시대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점에서 이미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실제로 첫 회를 보면서 음악, 연출, 연기 모든 요소가 하나도 빠지지 않고 탄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대를 재현하는 세밀한 디테일은 그 시대를 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그 시절로 데려가 주었다.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듯 드라마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내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해 준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그들의 선택과 결과를 통해 내 삶을 반추해 보게 된다. 때로는 그들의 기쁨에 웃고, 그들의 슬픔에 눈물을 흘리며 나도 모르게 치유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이런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은 몇 화를 보고 나면 지루해지기도 하고,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해 중간에 멈추기도 한다. 그런데도 새로운 드라마를 찾고, 다시금 몰입할 준비를 하는 이 과정 자체가 내게는 너무도 흥분되는 일이다. 어쩌면 이런 탐색의 과정에서 내가 진정 즐기는 것은 드라마 그 자체가 아닌, 그 드라마가 선사하는 작은 휴식의 순간들 일지도 모른다.
‘드라마나 보는 아줌마’라고 생각할지언정, 혼자서 드라마를 보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조용히 간직하는 것, 그건 나만의 사소한 즐거움이자 비밀 같은 시간이다. 그렇게 쌓여가는 작은 행복들이 좋기에,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찾는 시간을 누리려 한다. 드라마를 본다는 것은 나에게 일상의 여백을 채우는 소중한 행위이고, 반복되는 집안일과 식구들 돌봄에서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일이니까. 최근에는 드라마 대본 쓰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겼다. 그래서 더 다양한 드라마를 찾아보고 깊이 파고들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