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 조울증? 인가’ 싶을 만큼, 감정의 널뛰기를 하며 산다.
지난주 집 앞에 아스팔트가 깔린 길을 보면서는 ‘환호’했다. 그러나 길이 포장됐으면 뭣하나, 우리 집 자동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을…, 금세 참담해했다. 며칠 전 아침에는 아이들 등교 시간에 뜬 쌍무지개를 보며 ‘좋은 일이 생기겠는 걸?’이라며 내심 흥분도 했던 나다. 그런데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마감하면서는 쌍무지개가 준 기대 따위는 기억에도 없이, 쉬고 싶다는 말만 연거푸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을 성실히 바쁘게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바쁘지 않죠?”라고 묻는 말과, 피곤함에 잠시 낮잠을 잔 어느 날 “왜 피곤해요? 집에 있는데”라고 묻는 말에 발끈도 했었다. 그러다 남편이 만들어준 돼지고기김치찌개 맛 때문에 불필요한 감정들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었던 나였다.
마치 조물주가 내 삶에는 평정심을 심어주지 않은 것 마냥, 그제도 어제도 변함없이 ‘감정 널뛰기’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막내가 하늘이 예쁘다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나갔다. 그리고 그림으로 남긴다고 12색 색연필을 테이블에 펼쳤다. 옆에서 하나하나 색이 입혀지는 과정을 지켜보는데, 나의 ‘감정 널뛰기’는 12색보다 더 다채로운 빛깔 그것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사고의 시선이 옮겨지게 됐다.
그러면서 우연히 tvN 유재석, 조세호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란 프로그램을 차례로 보게 되었고, 출연한 게스트들에게 공통으로 묻는 질문과 답변은 따로 찾아 꼼꼼히 챙겨보게 됐다. 그 질문은 “신이 당신이라는 사람을 빚으며 적게 넣은 것과 많이 넣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였는데, 어떤 이는 예쁜 귀와 눈을, 어떤 이는 성실함을, 또 어떤 이는 긍정적인 성격을 많이 넣어 주신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에 용기와 보이는 외모는 적게 넣어 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 아홉 살 어린이의 대답은 몇 번이고 다시 보기를 누르며 시청했는데,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신께서는 저에게 남김없이 다 주신 것 같아요.”
어쩌면 더 많이 넣어준 것만이, 또 누구든 좋은 것이라고 여기는 것만이 선물이라고 여겼던 건 아닐까 돌아봤다. 좋은 감정은 좋은 것이지만, 반대로 좋지 못한 감정은 마치 예민함의 끝판왕인 것처럼 나 스스로도 그렇게 나의 ‘감정 널뛰기’를 바라봤던 게 아닐까 싶다.
특별히 감정에 있어, 아픔, 슬픔 그리고 분을 내는 일 등 일상에서 겪는 자잘한 감정들도 신께서 준 선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동시에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삶도 선물이라는 것도- 그러면서 나도 그 어린이처럼 대답해보고 싶어졌다.
“신께서는 저에게 세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어요. 그러니 인생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