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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 Jul 21. 2023

퇴사 일보 직전

일이 없으면 새로 줄테니까 하고 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특수교육 전공으로서는 흔하지 않은 사기업, 그것도 교육과 관련 없는 컨설팅 회사에. '회사'를 경험해보고 싶어 다녔는데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은 만만치 않더라. 말로만 듣던 사회생활이 이런거구나 뼈저리게 느끼며 울고 화내고 분을 삭이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일을 할수록 '여기서 왜 이러고 있나'라는 회의감과 '전공 놔두고 회사 다니겠다고 왜 나대서 이 고생인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퇴근 시간은 6시. 수 많은 야근 틈에서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시기가 있다. 그 중 하루였던 어느 겨울 날. 나는 이미 퇴사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고 회사에 정이 털릴대로 털려 단 하나의 애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6시가 되어 컴퓨터를 끄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겨 나가는데 이사가 붙잡는다.


   저기, OO씨. 바로 나가지 말고 동료들이랑 인사도 하고 그래야지. 먼저 가서 미안하다, 도와줄 거 없냐 좀 물어보고요.


터져버렸다.


   제 할 일 다 하고 6시 넘어서 퇴근하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건 이해도 안 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할 일을 다 했다고? 그럼 내가 새로 줄 테니까 더 하고 가세요.


   예정되어 있는 일도 아니고 퇴근 시간에 나가지 말라고 새로 업무를 주시는거라면 그냥 가겠습니다. 지시하신 업무는 내일 출근해서 하겠습니다.



네. 저는 참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굴려서 돈 벌어오게 하려는 거 누가 모르나. 나의 안위나 미래 따위가 높으신 분들 안중에 있을리가. 작년에는 퇴근하고 영어 수업을 들으니 지금은 일을 배울 시기고 지금 너한테 영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며 학원을 그만 두라 하던 회사다. 더 고민하지 말라고 퇴사로 기울어진 마음에 쐐기를 박아버리네. 정해진 계획은 하나도 없지만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 곳은 더 있을 곳이 아니다. 까만 하늘을 보며 퇴근하던 그 추운 날, 퇴사를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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