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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l 26. 2023

비서가 이런 것까지 해야 돼요??

아마 저런 것까지 해야 될 걸

“비서가 이런 것까지 해야 돼요?” 아이러니하게도 만났던 주니어 비서들에게 한 번씩 꼭 듣게 되는 질문이다.


비서의 업무 범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업무매뉴얼을 만들면서도 생각해 봤지만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비서의 업무라는 게 오롯이 상사가 정해주는 것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상사가 어떤 일을 주는가에 따라서 그 내용이 천차만별이기도 하고.


기본적인 업무내용들이야 매뉴얼에 써 두긴 했지만 사실 그것보다 훨씬 넓고 깊은 영역에 비서들의 업무가 있을 때도 있다.


상사와 회사의 신규사업 아이템을 직접 서치 하기 위해 해외주재하며 내용을 정리하는 비서.
상사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브랜딩에 초점을 맞추는 비서.
상사의 집안의 대소사를 진행하며 누구보다 집안일에 대해 잘 아는 비서.
조직의 인사와 교육분야에 포함되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비서.


내용으로 다시 돌아와, 일반적인 비서의 기본 업무내용을 크게 구분해서 말해본다면,

스케줄링, 전화응대와 내방객 응대, 출장업무준비, 총무 그리고 기타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 스케줄링, 이 일정관리가 비서업무의 꽃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고 비중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나중에 세부적으로 업무에 대해서 설명할 때 얘기하도록 하고, 위의 나열한 것 중 총무의 업무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상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업무로, 그 관리의 범위를 어디까지 두는지가 고민의 핵심이 되고 아마도 그런 이유로 “비서가 이런 것까지 해야 돼요?”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어려운 게 사실이다. 비서가 스스로 업무범위를 규정해 놓은 경우에는 이미 생각하는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상사가 자꾸 넘어서는 요구를 한다고 하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요즘의 상사들은 예전 하고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상사들도 젊어졌고, 옛 회장님들과 같이 마냥 무섭기만 한 상대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도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들을 추구하고, 비서들과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그러니 지시받은 사항들을 비서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일단 면담을 하자.

본인의 어려움에 대해서,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와 그 이유, 혹은 그 일을 하는 대신에 어떤 보상을 요구를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본인이 소속된 부서에 부서장에게 아니면 인사팀과 면담해도 좋다.


비서도 직원이고 직원은 회사에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 케어받을 권리가 있으니깐. 당연히 면담이 진행될 것이다. 그 시간을 통해서 최대한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길 바란다. 처음부터 그곳을 벗어날 결정을 하기보다는 방법이 있다면 해결해 나가면서 얻게 되는 성취감도 느껴보자.


사실 구관이 명관이고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이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일단 돌파구를 본인의 회사와 상사에게 찾지만 그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지고, 더 이상 본인의 비전과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때 과감하게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하자.



그렇지만 결국 비서는 상사가 필요에 의해 지시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그것이 쌓여 세월과 신뢰가 돈독해진다면, 그렇게 작은 일에 인정받다 더 중요한 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내가 아는 어떤 비서는 손님들에게 음료를 낼 때 보여드리는 그 음료 리스트까지 만들었는데..

사실 굉장히 소소한 부분이고 상사가 그런 걸 원 하니깐 만들었을 수 있는데(말한 상사의 취향) 만든 결과물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볼법한 메뉴판 느낌이어서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리스트였겠지만 결과물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이다.


평범에 디테일이 한 스푼 추가된다면 스스로 브랜드가 된다. 사실 그래서 난 그런 비서들을 존경한다.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할 때 충분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탁월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음료리스트.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 비서에게 다른 프로젝트 성 업무도 맡긴다고 생각해 보자


밤새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남들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결과물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 맡겨진 업무가 너무 소소하다, 비서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보다는, 그 일을 정말 남들은 그렇게 못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 상사에게 우리는  the best를 넘어 the only 가 될 테고 이건 비서 업무 말고도 모든 분야에 적용될 테니 업무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지 않은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기를 위하는 사람을 위하게 되어 있다. 하루 종일 본인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어떻게 하면 내 상사 좋게 할까? 고민하는 비서를 괴롭히고 하대할 이유는 없다. (물론 사바사로 인성문제가 있는 그런 사람들 제외하고)


17년 차 비서인 나도 여전히 상사주관으로 열리는 행사에 상당한 개수의 선물 포장을 직접 할 때가 있다. 그동안 연마한 현란한 포장기술로 전문가 못지않은 결과물을 만드는데, 혹자는 지금 연차에도 선물 포장을 직접 하세요? 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어떤 의도로 질문했는지 알 것 같았지만, 인자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언제나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말인 것 같아 다시 한번 써 본다면,

비서는 상사 필요에 의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 범위를 정하는 것은 상사이고, 나는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이끈다.


우린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단지 각자가 정해놓은 목표에 도달할 시기가 조금씩 다른 것 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그 자리에 남겨져 지치는 사람이 없도록 함께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한 걸음씩 함께 나아가보자.



사진출처: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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