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 시샤, 민트티 한잔이요

튀니지 직장인의 스트레스 해소법

by 월급쟁이 노마드

지중해의 아름다움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건 직장인의 스트레스였다. 아무리 지중해가 아름답다고 한들 돈벌이를 하는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존재였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은 익숙해서 내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 음식, 친구들이 많지만 타지의 생활은 그렇지 않다. 익숙한 공간도 없고, 한식도 없고, 내가 퇴근한 시간이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이미 다 꿈나라에 있다. 해외생활을 하려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잘 다루지 않으면 곪아서 마음에 고름이 차오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튀니스에 한두 곳 씩 마음의 안식처들을 만들었다. 주로 퇴근하고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잔을 마시거나 따뜻한 민트티에 시샤를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주로 민트티를 마시고 민트 시샤를 피울 수 있는 곳이었다.


시샤를 피운다는 게 멋있어 보인다거나 그런 건 전혀 아니었다. 그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에 직장인의 분노와 화를 날려 보내고, 칼칼해진 목을 따뜻하게 해주는 달짝지근한 민트티가 마음을 위로해 줬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유독 일의 스트레스와 타지 살이의 쓸쓸함이 몰려오는 날이면 찾는 곳이 있었다. 라마르사에서 감마르트로 넘어가는 곳에 블루하우스라는 카페가 내 단골집이었고, 한 달에 서너 번은 갔기에 서버들이 나의 얼굴을 기억해 주고 인사를 하며 오늘은 무슨 맛 시샤할 거냐며 나름 살갑게 맞아주었다. 물론 이름은 서로 기억하지 못한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적당히 친절한 서버와 티브이 속 축구경기에 시선을 주거나 옆자리 아저씨의 현란한 시샤 묘기에 빠져들거나 서버가 갓 교체해 준 숯을 이용해 시샤의 연기를 배꼽 아래까지 들이쉬었다가 목에 걸리지 않게 뱉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속이 시원했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숨을 내뱉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를 날려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한숨을 쉰다는데, 시샤를 하면 기본 30분은 숨을 내뱉으니 날숨에 꽤 많은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 셈이다.)


그리고 그 이후 한 모금 마신 민트티는 아주 달았다. 보통 설탕을 넣어서 주는 곳이 대부분인데 생각보다 많은 설탕이 들어가야 맛이 있다. 연기로 스트레스를 내뿜고 그 뒤로 달달한 차를 마시니 기분이 안 좋아질 리가 없다. 어째보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완벽한 장소였던 셈이다.


튀니지 생활을 얘기할 때 이 민트티를 빼놓을 수 없겠다. 튀니지에서는 꼭 식사 후에 민트티를 마시는데 설탕이 잔뜩 들어간 걸 알면서도 꼭 마셔야만 소화가 잘 될 것 같다. 처음엔 홍차에 민트 넣은 맛이 익숙하지 않지만 반년만 지나면 좋아하는 홍차 농도, 민트 신선도, 설탕 양을 감별할 수 있게 되고 좋아하는 찻집이 생긴다.


한잔에 2-3디나르면(1-2천원) 마실 수 있는 민트티에 위안을 느끼기도 했고, 휴게소에서 마시는 한 잔은 여행의 즐거움을 주기도 했고,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은 이곳을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곤 했다.


나의 튀니지 직장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시샤와 민트티. 가끔 한국에소 홍차에 민트 잎과 설탕을 넣어 마시거나 이태원의 시샤 바를 찾아가 보았지만 그 튀니지의 느낌이 살 지가 않는다. 그곳에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이 분명 있다.


나의 튀니지 직장생활은 돌아보면 쉽지 않았지만 그 어려운 시절에도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이 있었다. 그게 건강에 좋든 나쁘든 중요하지 않았다. 노마드로 튀니지에 덩그러니 홀로 놓인 사람에게는 마음을 달래줄 것들이 필요했을 뿐이다.


민트향을 맡으면 그날들의 공기가 다시 느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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