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켈리비아 물빛을 잊을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바다를 다 가보고싶다.
그만큼 바다를 좋아한다. 세이셸, 몰디브, 그리스 산토리니, 스페인 마요르카, 이집트 다합, 터키 카쉬, 남아공 케이프타운, 마다가스카르 등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기를 쓰고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투명한 바다만 있다면 어디든 뛰어들었고, 발이 닿지 않는 바다를 헤엄칠때 느끼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물안경을 끼고 바라본 바닷 속은 고요했다. 가끔 지나가는 물고기를 보며 물속에 산다는건 어떤 기분일까하고 혼자 상상해보기도 했다. 바다에 몸을 띄워놓고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을 그대로 놔뒀다. 핸드폰도 없고, 티비도 없고, 책도 없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튀니지에서 일했던 누군가가 내가 튀니지로 떠나기전에 말했다. 꼭 켈리비아(Kelibia)를 가보라고 자기가 생각하는 최고의 해변이라고 전했다. 그때 난 음? 뭐 이탈리아도 있고, 프랑스도 있고 아름다운 해변이 많은데 뭐가 다르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튀니지에서 맞은 첫 여름, 나는 켈리비아에 반해버렸다. 그리고 3년 내내 켈리비아를 가게되면서 내 인생 최고의 해변이 되었다.
첫 방문은 5월말이었다. 여름이 오기전, 아직 밤낮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던 날, 같이 일하던 동료와 주말 나들이로 켈리비아에 처음 갔다. 첫눈에 반했고, 켈리비아가 우리의 해변이 될 거란걸 알았다. 그리고 그 길로 마트에 들러 파라솔을 사고, 메디나(전통시장)에 가서 비치타올을 샀다. 6월, 여름이 시작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래 사진의 파라솔은 3년 내내 바다여행에 동행했고,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늘 차 트렁크에서 나를 기다려주던 녀석이다.)
튀니지의 여름은 꽤나 길어서 6월부터 9월말까지 바다 수영이 가능하다. 나에게 여름이란 바다 수영을 할 수 있는 계절을 의미했고, 그런점에서 튀니지의 여름은 길었다. 수도 튀니스에서 운전하면 꼬박 2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가깝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운전길에 보는 드넓은 올리브밭, 밀밭, 푸른 초원들이 운전자의 눈을 즐겁게해주었고,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가면 금방이었다.
켈리비아에 도착하기 10분전부터 마음이 설렌다. 가는 길에 벌써 터키색 바다가 보이면서 오늘의 켈리비아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한다. 켈리비아에 도착하면 주차를 하고, 파도가 잔잔해보이는 곳으로 간다. 땅을 파고 파라솔을 설치하고 비치타올을 깔면 다 준비가 되었다. 수영장처럼 잔잔한 바다에 몸을 담궈 본다. 그리고 발이 안닿는 멀리까지 한번 나갔다 오면 준비 운동이 끝난다. 그때부터 수영도 하고, 잠수도 하고, 멍하니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고, 수영하다 마주친 사람이랑 통성명도 해본다.
30분쯤 실컷 수영을 하고, 물에 둥둥 떠나니는 시간을 즐기다가 나와서 수건으로 몸을 닦고 파라솔 아래에 누워 본다. 이 세상 그누구도 부럽지가 않다. 정말 그 순간만큼은 정말 누구도 부럽지가 않았다. 터키색 물빛을 누워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다 아침 운전이 피곤했는지 살짝 잠이 든다. 그러다 물장구 소리에 잠이 깨면 다시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아침에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점심 메뉴는 그때 그때 다르다. 한국인 답게 볶음밥, 주먹밥을 먹을 때도 있고, 과일이나 샌드위치, 빵 등 갈때 마다 메뉴는 다르지만 맛은 언제나 좋다.
그러다 또 낮잠을 자다 수영하고, 간식먹고 수영하고 그러다보면 4-5시가 된다. 몸을 적당히 말리고 파라솔을 접는다. 입고 왔던 수영복을 그대로 입고 다시 튀니스로 가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켈리비아 당일 치기 여행이 그렇게 끝난다. 3년간 켈리비아에 최소 20번은 갔을 것이다. 매주 가던 때에는 네비 없이도 길을 찾아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튀니지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켈리비아 편이 가장 어려울 것 같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장소를 내 부족한 글솜씨로 어떻게 담을지 걱정이 컸다. 마지막 문단을 쓰고 있는 지금,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켈리비아에 대한 나의 애정이 충분이 담긴것 같지 않아 속상할 지경이다. 그 정도로 나는 이 해변을 좋아했고, 행복했다.
가끔 물안경을 끼고 들어가면 바닷속에 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게 보인다. 어떤때는 무섭기도 하다. 저 바닷속 하얀 백사장 끝에는 뭐가 있을지 무섭기도 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무서움으로 다가와서 바로 물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때로는 멍하니 그 바다 끝을 바라보며 나에게 집중하기도 했다.
켈리비아는 내 튀니지 생활에서 오롯이 내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었다. 터키색 바다빛에 몸을 담구며 많은 생각들을 흘려보냈고, 새로운 생각들이 흘러 들어왔다. 나를 정화해준 곳이랄까.
그래서 그렇게 바다를 찾았고, 지금도 아름다운 바다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중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