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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환 May 08. 2024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카오스 이론'으로 풀어본 '우연'

 우리는 태어나기까지 기가 막힌 무수한 우연들을 겪었다. 끔찍한 전쟁터에서 우리 조상들은 운 좋게도 화살, 칼, 총알을 피했다.


 그리고 고고조할머니와 고고조할아버지인 두 분이 만날 수 있던 이유는 말을 타고 가던 중, 말이 다리를 다쳐서 하룻밤 그 동네에 묵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도 수많은 우연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우리는 탄생했다.


 태어난 뒤에도 날씨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을 보았으며, 상자 속 살아있으면서도 죽은 좀비 고양이도 만났다. 하지만 사람은 우연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보다는 WHY?라는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경향이 짙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에는 정해진 법칙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우리는 결과를 예측하려 노력한다. 또 카오스 이론으로 봤을 때, 세상은 우연이 아닌 인과관계이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카오스 이론은 작은 초기 조건의 미세한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론이다.


 이러한 개념을 감안할 때, 미래의 결과는 우연이 아니라 초기 조건과 시스템의 동적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우리가 조작할 수 있는 변수들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미래를 더욱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초기조건의 변수가 지나치게 많으므로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변수에 호기심을 가지며, 세상을 해석하려는 과학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려고 노력할수록, 카오스 이론에서 설명하는 초기 작은 변수들의 영향으로 많은 예측이 어긋난다. 이러한 이유로 때로는 우연과 운을 다루는 무당을 찾아가 미래를 예측하기도 하고, 신에게 운이 좋은 결과를 기원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을 이용한 사기꾼들은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


 본인이 이성적이라고 착각하는 인간들이 결국, 사기꾼들의 덫에 빠지는 이유는 실제로는 세상의 복잡한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왜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할까? 그들은 많은 요인들을 고려하여 주식 시장의 동향을 분석하고 예측하지만, 아주 작은 변화나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결과를 흔들어 놓는다.


 경제학자들의 미래 예측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다양한 경제 지표와 모델을 사용하여 미래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려고 노력하지만, 미세한 초기 조건들의 변화가 예측을 완전히 틀어놓을 수 있다.


 성공 법칙을 따라 해도 왜 대부분은 실패하는가? 이 또한 카오스 이론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따르는 '성공 법칙'은 작은 변화나 우연에 의해 무너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성공한 방식(자기 계발서)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들과 똑같은 요인을 만들 수도 없으며 결과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변수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공은 자신의 능력 덕분이고, 실패는 운이 단순히 나빴기 때문일까?


 이것도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노력과 재능은 성공의 한 요소일 수 있지만, 우연과 카오스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고서는 불가능하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과 미세한 요인들로 결과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우리의 선택과 노력으로 또 다른 우연을 만들어 운명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삶은 언제든지 새로운 방향으로 휘몰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실패를 조금 더 편안하고 너그럽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짜증 나는 일(투자 실패, 사업 실패, 승진 실패, 사랑 실패 등)이 발생할 위험을 선택에 따른 우연으로 줄일 수 있으나, 적어도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본인이 질 필요는 없다. 우연이 우리 편이 아니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것에 정해진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카오스와 질서가 공존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해석해야 한다.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는 '나비 효과'에 따라, 작은 변화가 시스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삶은 동전 던지기 게임의 본질과 같다.




이래도 우연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마지막으로 생각을 뒤집어 보자.


 대부분 인간은 여전히 우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한된 두뇌와 감각으로 이론을 세워 세상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이런 세상의 인과관계를 찾는 호기심은 과학의 발달로 이루어진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달의 모양은 왜 계속 변하는 것일까?', '봄에 눈은 왜 녹는가?' 등등은 멈추지 않아야 할 질문도 맞다.


 그리고 언제나 인간 중심적 사고로 세상에 대해 질문할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연이 우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우연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우연히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해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세상은 사실 우연히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 중심적 인과관계를 찾으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또 거리에 있는 노숙자나 집에 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의 천재들만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도 명백한 인간 중심적인 사고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도 무언가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연은 작은 일들이 모여 위대한 결과를 낳는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의미가 있으며,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우리는 더욱 감사하고 겸손해지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행운은 더 많은 기이한 우연의 연결 고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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