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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과장]

by 우영이 Mar 31. 2025

    결혼식이 있기 전까지 세 번째 일자리를 옮겼다. 졸업 후 인턴으로 입사하면서 시작된 직장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기대한 정규직으로 발령받았으나 직무가 있음에도 사옥 주변 풀 깎기와 옆 부서 도와주는 일이 일상이었다. 취득한 몇몇 자격증은 허울 좋은 이름뿐이다. 내가 여기에 왜 있는가 하는 부끄러움마저 들었던 순간이 더러 있었다.

    들어간 지 두 달 만에 퇴사를 결심한 후 육 개월쯤 시간이 흘렀을 때, 타 직종으로 이직이 확정되어 새로운 회사라는 기대를 안고 출발하였다. 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장거리 연애는 일하며 견디는 기다림의 또 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지친 몸과 마음은 오직 사랑을 싹 틔우는 이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못하였다. 7년여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깊어지는 애정만큼 4월의 신부를 맞이하였다. 부부의 애정은 2세 탄생이라는 열매를 맺었고 서로를 다독여 주는 중심이 되었다.

    주말 부부로 이어지는 생활은 짧은 만남의 기쁨보다 곧 헤어지는 아픔이 안타까움으로 이어져, 아이 엄마는 고심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이 있는 곳으로 살림을 합쳤다. 둘만의 알콩달콩 매일매일 이어진다. 좋은 일에는 꼭 훼방꾼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직장 직무평가에서 문제가 생겼다. 자신이 생각한 바와 달리 하위 등급을 받는 바람에 일할 의욕이 사라졌다. 분명 상사와 나눈 이야기에서나 평소 자신이 업무를 처리한 과정 또한 누구 못지않게 창의성과 시간성을 발휘했다고 인식하였다.

    며칠 고민하고 있던 중 그룹 차원에서 전직할 기회가 생겨 신청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 달 후 사업소를 옮기고 새로운 사무실에서 적응할 무렵, 직전 업무에서 직무평가의 오류가 있었고 최고 등급으로 수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금 맡은 업무와 연계해서 직무와 연봉이 반영되기에 뒤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5년째 근무에 들어간다. 이제는 후배도 생겨 챙겨야 할 것이 늘었다. 업무의 강도는 줄지 않았지만 스스로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하였다. 기술 분야 최고인 기능장의 이름도 손에 넣었다. 덕분에 아이의 우윳값이 더 생기는 수당을 챙긴다.

    부부가 일상에서 서로 과장하는 일이 잦아 심 과장 곽 오버라는 호칭으로 공격한다. 직책에 대한 승급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제반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하여 서류를 제출하였다. 한 달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수가 있을까. 절차에 따라 임했으니 조급하지 말자.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메일 확인만 남았다. 출근한 아침에 프로젝트를 관리했던 이전의 팀장에게서 사회관계망서비스로 문자가 날아왔다. '축하한다'. 영문 모르는 소리에 의아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9시가 지날 무렵 호흡을 누르고 기다리던 메일을 여는데 축하 인사와 함께 엔지니어 증서가 첨부물로 연결되어 있다. 손에 습기가 촉촉하게 잡힌다. 위험물 관리 분야의 최고가 되었다는 자부심은 그룹 부회장 이름으로 서명이 보증해 주는 셈이다. 부풀려 말하는 과장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직책으로 부여받았다. 아내의 별칭이 직장에서의 직급이 되는 기쁨을 맞았다. '나도 이제 진짜 과장이다.' 내 일을 분석하고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이어져 더 높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아들아! 수고 많았다. 부서의 리더로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하자. 우리는 각자의 맡은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주어진 역할을 다하자. 창의적이고 도전하는 나로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를 목표로 도약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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